-
현대차그룹 중점사업을 둘러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고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올 상반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마련한 지배구조 개편이 잇달아 제동이 걸리면서다.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들이 호응하고 지지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마련하면 된다. 하지만 GBC 건립은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어, 정 부회장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중점사업으로 진행하는 GBC 건립과 지배구조 개편이 잇달아 발목이 잡히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삼성동 GBC 건립은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3번이나 고배를 마시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201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삼성동 부지 7만9342㎡을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현대차는 이곳에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 규모의 GBC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공사금액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연내 착공에 들어가려 했던 GBC는 지난달 국토부 수도정비위원회의 심의가 보류되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 사업은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안전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를 모두 마치고, 수도권정비위의 심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수도권정비위는 지난달 20일 서울시가 제출한 현대차그룹 GBC 건립 계획안 심의를 열었다. 하지만 인구유입 유발효과 재분석과 저감대책 등을 포함한 관련 대책이 부족하단 이유로 보류했다.
수도권정비위는 오는 9월말 GBC 건립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서울시는 지난 심의에서 미흡하단 지적을 받은 관련대책을 더욱 보강해, 통과에 만전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의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 상반기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 또한 시장의 외면을 받아,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고 공식 발표했다.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분할회사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존속법인을 지주사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을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라스루이스 등 해외 의결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결국 철회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안은 정의선 부회장이 외신과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합당하다는 사실을 피력했기에 그에 따른 타격은 매우 컸다. 따라서 새로이 내놓은 개편안은 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그 무엇보다 우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 진행상황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발표가 임박했단 보도가 나왔지만, 즉각 해명자료를 뿌리며 사실이 아니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며 "관련 내용이 확정된다면, 공시를 통해 제일 먼저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