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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 도시로 잘 알려진 경상북도 포항시. 그곳에는 국내 대표 기업인 포스코 외에도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여러 철강사들이 있다.
그 중 세아제강 포항공장은 국내 강관의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유명하다. 1960년 부산철관공업으로 시작한 세아제강 포항공장은 7년 뒤인 1967년 국내 최초로 강관 수출에 성공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세아제강 포항공장은 견조한 북미 수요를 바탕으로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 그런 포항공장에 어려움이 닥친 것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통상 압박을 가하면서다.
수출기지로 활용되던 포항공장은 올 상반기까지 7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했으나, 쿼터 물량이 떨어진 3분기부터 가동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4분기부터 내년 수출 물량 생산에 들어가면서 가동률 상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북미 수출이 풀리지 않는 한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다.
임종표 연구개발팀장은 "미국 시장이 상당부분 가로막혀 어려움이 있고 단기간 안에 대체 시장을 찾기도 어렵다"면서도 "미국향 대체제는 내수의 경우 이미 경쟁이 심화된 상태인 것은 사실이나 계속 내수 시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주 외 동남아, 캐나다, 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대체 시장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향 물량이 막힌 현재 공장 분위기는 어떨까. 이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29일 세아제강 포항공장을 찾았다.
지난 2013년 1월부로 가동하기 시작한 JCOE 설비는 포항공장 최대의 자랑거리다. 이 설비를 도입함으로써 세아제강은 무려 18m의 대구경강관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초며, 세계적으로도 이정도 길이의 대구경강관을 생산할 수 있는 강관사는 3곳에 불과하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설비를 통해 어떻게 대구경강관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공장 안에 들어서자,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공장 한켠에 층층이 쌓인 플레이트가 생산량을 가늠케 한다. 모두 근처 공장인 포스코, 현대제철로부터 들어온 물량이다.
플레이트 양 끝단을 한번 밀어주는 엣지밀링 과정을 거치면, 이후 엣지부분만 가볍게 밴딩하는 프리밴딩 공정이 기다린다. -
프리밴딩을 지나 양 끝단이 조금 말아져 올라간 플레이트는 1만톤 프레스로 옮겨진다. 프레스 아래로는 연결되지 않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 플레이트가 놓여지면 공간 부분쪽으로 프레스가 꾹 누른다. 그렇게 플레이트를 조금씩 이동하며 누르니, 플레이트 모양이 처음에는 J, 더 말려서 C, 결국 O 모양이 된다. 이 설비의 명칭이 JCO라 붙여진 이유를 생산과정을 지켜보며 깨닫게 됐다.
강관 모양이 갖춰진 이 제품은 미리 한번 용접해주는 택웰딩 공정을 거친다. 이후 강관 안쪽을 용접하는 인사이드 웰딩으로 넘어가고, 외부 용접을 한번 더 하기 위해 내부 용접된 바깥 표면을 매끈하게 해 주는 심밀링 과정이 진행된다.
이후 아웃사이드 웰딩으로 완성된 강관은 용접부의 결함을 검사하기 위해 비파괴검사(UT)로 넘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관은 진원도나 진직도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아제강 포항공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콜드 익스팬딩(확관 공정)을 도입했다.
용접이 완료된 제품의 내면에 확관기를 삽입해 냉간 확관을 통한 제품 진원도, 진직도 등 치수품질의 향상과 강관 내 잔류응력을 감소시키는 것.
JCOE 설비를 통해 생산된 강관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분류되는 가스관 설치 등에 사용된다. 최근 러시아 가스관 프로젝트가 언급되면서, 세아제강 포항공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중이다.
백남준 기술연구소장(이사)은 "포항공장은 쉘, 엑슨 모빌 등 오일 메이저에 강관을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장"이라며 "특히 JCOE 설비는 한국에서 유일하고 전 세계에도 몇 대 없는 경쟁력 있는 설비다. 이 설비를 통해 러시아 가스관 수주 등 세아제강이 할 수 있는 사업군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