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흥행부진에 자진철회…그룹·iPO시장 모두 악재올해 대어급 실종…코스피 입성 추진 기업들도 탄력 잃어
  • HDC그룹 계열 부동산 종합관리회사 HDC아이서비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이 주당 공모 희망가 밴드(8300∼1만700원) 하단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냉각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 및 상장주관사 KB증권 등에 따르면 HDC아이서비스는 지난 7일 오후 IPO계획 철회를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HDC아이서비스가 지난 4~5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대다수 기관들이 제시한 공모액은 7000원대 초반으로 당초 공모예정금액 531억~684억원 조달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건물의 자산관리, 시설관리를 수행하는 HDC아이서비스의 사업 특성상 향후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희망 공모가가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최근 증시에서 건설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불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0월 중 실시할 노후건물의 매입 이후 시설개선을 통한 가치 극대화 계획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다만 우리사주조합은 예정대로 설립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업황 및 회사 체질개선 작업 이후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HDC아이서비스의 상장 철회로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다시 한번 부러지면서 4개월 남은 하반기 IPO시장 냉각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HDC아이서비스는 공모규모 1000억원 미만에 불과하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기업이자 HDC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지만 SK루브리컨츠에 이어 수요예측에서 미끄러지며 유가증권시장 입성 계획이 백지화됐다.

    HDC아이서비스의 상장 철회는 HDC현대산업개발, HDC자산운용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그룹은 물론 IPO시장 전반적으로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IPO시장은 연초 정부정책에 힘입어 기대감을 키웠지만 하반기 들어 증시부진과 신규상장 종목들의 수익률 하락, 코스닥벤처펀드 부진 등이 겹치며 활력을 잃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지난 7월 상장한 롯데정보통신, 8월 상장한 티웨이항공의 주가가 동반 침체 중인데 이어 SK루브리컨츠에 이어 HDC아이서비스까지 상장을 자진 철회하면서 하반기 IPO 시장이 결국 빅딜없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하반기에는 IPO시장 대어들이 기대감을 높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비관적"이라며 "회계 감리 이슈가 진행 중인 현대오일뱅크, 바디프랜드, 카카오게임즈 등 올해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딜도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어급들의 부재로 지난해 2곳, 2016년 1곳 나온 공모규모 1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 올해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당초 올해 IPO 시장은 공모 건수와 금액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며 "정부가 코스닥 상장요건을 개편하고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가 신주 투자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IPO 시장은 코스닥벤처펀드의 신규자금 유입 둔화, 신규상장 이후 수익률 부진, 대내외적 악재 속 가라앉은 증시 분위기 등으로 탄력을 잃어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