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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민간참여 분양아파트의 건설원가를 공개하면서 전국의 아파트 건설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자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사가 책정하는 분양가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분양원가를 공개해 집값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을 풀이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마녀사냥'에 불과할 뿐 실효성 없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지난해 3월 정동영 대표가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공공주택 건설사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토부는 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분양가격 공시 항목 확대의 경우 국토부령인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 측 설명이다.
현재 공공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주택이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때는 △택지비 3개 △공사비 5개 △간접비 3개 △기타비용 1개 등 4개 항목에서 12개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공사비 항목의 경우 토목·건축·기계설비·그밖의 공종·그밖의 공사비 등 5개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격 공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라 원가공개 정보가 61개로 늘어나면 공사비 항목은 토목이 다시 세분화돼 13개로 확대된다. 건축과 기계설비 항목은 각각 23개와 9개로 증가한다. 택지비 항목도 3개에서 4개로 늘어나고 간접비 항목도 3개에서 6개로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2007년 4월 참여정부 수준으로 공개항목이 늘어나게 된다. 당시 공공주택은 61개 항목, 민간은 7개 항목에 대한 원가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다 MB정권 들어 2012년 3월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공공 부문에 대해서는 공개 항목이 현재와 같이 12개로 줄어들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원가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다시 분양원가 공개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건설사들이 책정하는 분양가에 거품이 많아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집값 출발점인 분양가가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시세도 조정기에 접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발주한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58건의 원가를 이달 초 공개한 데 이어 경기도시공사가 2015년 이후 발주한 10억원 이상 건설공사 중 민간참여 분양아파트 5곳의 건설원가를 지난 주 공개했다.
공개된 원가에는 기존에 공개한 사업비 총액 외에 설계내역서, 도급 및 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경기도의 행정정보 공개를 환영하면서도 아파트 하도급내역도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측은 "소비자에게 분양한 건축비와 실제 건축비가 3.3㎡당 26%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도급을 고려할 경우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원가공개가 건축비와 공사비 거품이 제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타 지방자치단체도 속히 공공건설 공사원가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경실련 입장과 같다.
참여연대 측은 논평을 통해 "공공분양아파트의 원가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것은 공공건설공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분양가 거품을 바로 잡아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공공분양아파트를 비롯한 공공건설공사의 원가공개 항목부터 확대하고 민간아파트에까지 적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서울시도 조만간 분양원가 공개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분양원가 공개 범위 확대 방안을 검토 중으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SH공사는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SH공사 측은 "현재 12개 항목에 대해 공개 중인 분양원가를 더욱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며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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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설업계는 분양원가 공개로 집값 안정에 효과가 미미하고 영업기밀만 노출되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측은 "과거 국회의원의 관련 법안 개정안 발의 때도 강력 반발했다"며 "일방적인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어 앞으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에는 원가 반영 및 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포함한 여러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이 건설업계의 책임이 아닐 뿐더러 다른 제조업체들도 원가를 공개해야 형평성이 맞다"고 덧붙였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경기도 좋지 않고, 특히 주택시장도 꺾이는 분위기인데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라고 하니 그저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올려 집값 폭등을 야기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집값 상승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원가를 통해 기술력, 자재구매력 등 영업기밀이 다 노출되면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택지지구에는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제도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목적이라면 원가공개는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공공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민간택지 역시 HUG의 분양보증심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통제를 하면서 '로또 청약'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데, 분양원가 공개까지 해서 가격을 낮추라는 것은 무리한 규제"라며 "정부가 집값 상승 원인을 분양가로 돌리면 결국 공급 축소와 이에 따른 기존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양원가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사실상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공주택 분양원가가 공개돼도 주변 시세에 따른 이익이 건설업체에서 최초 분양자에게 옮겨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경영활동 위축으로 인한 공급 축소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공공주택의 금액이 낮아진 상태에서 공급하게 되면 분양받은 사람은 '로또 분양'이 된다"며 "거기다 기업 영업비밀이 드러나면서 건설사가 위축돼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이렇게 '마녀사냥'식으로 민간건설사의 숨통을 옥죄면 민간주택사업이 축소돼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줄고 시장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원가공개로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할 수 없겠지만, 원가를 공개함으로써 값싼 자재를 사용하는 등의 편법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