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속에 파행… 신안군측, 심의과정 불공정 주장
  • ▲ 흑산공항 위치도.ⓒ연합뉴스
    ▲ 흑산공항 위치도.ⓒ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해상국립공원 계획변경 심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찬반 갑론을박 속에 정회가 이뤄지고, 면담하던 신안군수와 환경부 차관이 언성을 높이면서 신고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정부는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마포구 공덕동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소에서 제124차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를 열고 '흑산공항 건설 관련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계획변경안'을 심의했다. 공원위는 지난 7월20일 심의에 나섰으나 주요 쟁점에 대해 추가 확인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론을 미뤘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25명 위원 중 정부·민간 당연직 10명과 민간위원 11명 등 21명이 참석했다. 애초 오후 6시쯤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회의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지연됐다. 사업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는 심의를 다시 연기할 것을 요청했고, 민간위원은 결론을 낼 것을 주장하면서 회의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40분께 정회한 가운데 상경한 신안군 관계자들이 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회의진행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속개가 더 늦어졌다. 신안군 측은 위원 보고 내용 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반론을 제시할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정회 때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만나 이야기했고, 이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5분만 정회한다던 위원장이 1시간 넘게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신안군에서 박 차관을 감금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 바람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회의는 오후 9시15분쯤 속개한 상태다.
  • ▲ 흑산공항 건설 촉구 시위.ⓒ연합뉴스
    ▲ 흑산공항 건설 촉구 시위.ⓒ연합뉴스
    흑산공항 건설은 2015년 12월 국토부가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환경부는 철새 습성에 맞춰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공항 건설이 철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했고, 국토부는 2016년 실시설계를 수립해 2017년 초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흑산공항은 활주로 길이 1200m, 폭 30m의 국내 최초 소형 공항이다. 50인승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규모다.

    사업은 공원위가 2016년 11월 열린 심의에서 철새 등 조류 보호대책 등을 요구하며 결정을 보류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환경단체는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교·지역·환경단체로 이뤄진 한국환경회의는 "흑산공항 건설은 설악산 케이블카처럼 앞선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빌미로 자연공원법을 고쳐 추진한 사업으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훼손하고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예산 낭비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원위에 재상정돼 다시 추진하는 데 이낙연 국무총리 사업이라는 배경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전남도지사 시절부터 흑산공항 추진을 수차례 확약해왔다. 지난 1월에는 광주 지역언론 합동인터뷰에서 "국토부는 물론 저도 '해야 한다'는 쪽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회의는 건설 시행사로 선정된 금호산업이 전남권 기업이라며 총리의 관심사업에 연관돼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흑산공항은 2013년 기획재정부 의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시행한 예비 타당성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4.38,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에 관한 계층화 분석(AHP)값이 0.814로 나와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B/C는 1.0, AHP는 0.5를 넘겨야 예타를 통과한다.

    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KTX, 버스, 여객선 등을 갈아타고 7시간 이상 걸리던 게 1시간대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수요가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

    흑산도 주민으로 구성된 흑산도 국립공원 해제 추진위원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립공원 해제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며 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립공원 지정은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져 그동안 규제와 차별을 받아왔다"며 "철새 때문에 숙원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흑산도에는 철새뿐 아니라 주민들도 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