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따른 금리 상향… 한은,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자금조달 부담, 분양흥행 요원, 해외수주 난항 '삼중고'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예상된 수순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자금조달, 해외수주 난항 등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최근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지난 7월 전망 시점 이후에 각 경제 통계의 실적치로 미뤄볼 때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성장과 물가에 관한 기존 전망치가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18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7월 발표된 한은의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9%였다. 전망치를 내리게 된 요인으로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글로벌 무역 분쟁 △고용 부진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전망치의 조정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와 물가 목표 수준으로의 점진적 접근이라고 하는 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흐름에 대체로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목표 수준에 점차 근접해 나간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 안정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언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한층 더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시장에서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때 매파(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를 강화한 뒤 10월 인상에 나서가나 한 달여 시차를 둔 뒤 11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지난해 11월 인상 뒤 1년여 만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했다. 올 들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0~2.25%로 올랐다. 연준이 12월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은도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당장 건설사들의 투자 및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공사에 소요되는 금융 조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시공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융통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은 대출금 상환 리스크를 높인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져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높아진 금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아직 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대출에 미리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주택사업의 경우 한층 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돼 난항이 우려된다. 건설사가 주택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도금 대출 외에 주택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금리 인상으로 은행이 대출을 거절할 경우 주택보증기관 역시 보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금융기관들은 주택사업 침체를 우려해 건설사의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올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중도금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줄였다. 주택보증비율이 줄어든 만큼 은행은 나머지 20%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더 깐깐하게 대출심사에 임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분양에 흥행할 지는 미지수다. 수요자들 역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하고 대출을 막겠다는 내용의 9·13대책까지 발표된 상황이다.

    특히 미분양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지방 부동산의 경우 그 여파가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거시경제가 좋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도 지방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이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지방 주택시장은 수요자들이 청약을 꺼릴 정도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도 문제다.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공사비용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인상될 경우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떠안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화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에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시중금리가 올라가기 전에 채권을 발행하는 게 자금소요가 적게 든다"며 "시중에 유동성이 많은 반면 정책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져 채권시장으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채권 발행 요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은 또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사업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해외 발주처 입장에서는 외화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당초 베트남 등 신흥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300억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몇 개월간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국면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3분기 기준 국내 건설기업들의 신규 해외수주 규모는 모두 222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 213억달러보다 4.32% 많은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수주 건수는 483건에서 458건으로 5.17% 감소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4분기 이후 수주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실적 향상 기대감이 있었는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