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바이오업체 적극 인수… 현금 유출로 유동성 위험 ↑리보세라닙, 3차 치료제로 처방 한계… 시장점유율 확보 과제
  • ▲ 에이치엘비생명과학 공식 홈페이지 화면 ⓒ에이치엘비생명과학
    ▲ 에이치엘비생명과학 공식 홈페이지 화면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를 둘러싼 악재에 회계처리 테마 감리까지 겹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바이오 기업의 옥석을 가리고, 벤처바이오 기업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최근 부광약품으로부터 양도받은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진행률이 85%를 넘어서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기존 에너지서비스컴퍼니(ESCO) 사업에 바이오 사업을 추가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M&A를 통해 확보한 파이프라인을 통한 반등을 노리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 에너지기업에서 바이오기업으로… M&A 과정서 현금 대량 유출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난 1998년 7월24일 설립된 에너지서비스컴퍼니(ESCO)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회사다.

    ESCO 사업은 에너지 절약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으로, 고객의 에너지 비용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 플랜트 공정 개선, 태양광·지열 발전 설계·시공 등 에너지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난 2015년 10월 최대주주가 에이치엘비로 변경되면서 기존 ESCO 사업에 바이오사업을 신규 추가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임시 주총을 거쳐 사명을 에너지솔루션즈에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으로 변경했다. 에너지기업에서 바이오기업으로 방향을 틀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바이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바이오 관련 업체들을 인수했다. 지난 2016년 미국의 LSK바이오파트너스(LSK BioPartners, Inc.(USA))에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의약품 유통업체인 신화어드밴스를 70억원에 양수했다. 지난 3월에는 794억 8756만원으로 라이프리버의 지분율 97.95%를 양수했다.

  • ▲ 에이치엘비생명과학 계열회사 계통도 ⓒ에이치엘비생명과학
    ▲ 에이치엘비생명과학 계열회사 계통도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적극적 M&A를 통해 캐시카우와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나 현금 유출로 인한 유동성 악화 리스크가 상존하게 됐다.

    M&A 추진으로 인해 2015년 43억 4100만원, 2016년 22억 7300만원, 2017년 4억 8000만원 등 지난 3년간 70억 9400만원의 영업활동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올 2분기에는 라이프리버를 인수할 때 793억 9500만원의 현금이 유출되면서 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 827억 200만원이 유출됐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 악화로 인해 신용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올 2분기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이자보상배율은 -1.1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경우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는 금융비용을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현금흐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조달한 자금은 503억 3200만원이며, 올 2분기에는 라이프리버 지분 취득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해 934억 2800만원이 유입됐다. 이러한 자금 조달 방식은 유동성 압박에 대한 부담은 적으나 주가 하락 시 대규모 상환이 진행될 위험이 있다.

    현재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캐시카우는 의약품 유통업체인 신화어드밴스다. 신화어드밴스의 지난 2분기 매출액 459억 9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종속회사들을 합친 매출액의 93.3%에 속하는 규모다.

    다만 지난 2014년 이후 신화어드밴스의 수익이 줄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신화어드밴스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총이익률 4.1%, 영업이익률 0.6%, 당기순이익률 0.1%을 기록했다.

    ◆ 에이치엘비의 명운은 리보세라닙에 달려… 연 매출 86억 2377만원 기대

    결국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명운은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의 성공에 달렸다.

    리보세라닙은 LSK바이오파트너사에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로, '선택적 혈관내피 세포성장인자 수용체-2(VEGFR-2)'를 차단하는 신생혈관 억제제다.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위암 임상 3상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 유럽 등 12개 국가에서 진행 중이며, 진행률은 85%를 넘어섰다. 임상을 실시 중인 LSK바이오파트너스는 내년 초 임상 3상을 종료할 계획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리보세라닙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인 LSK바이오파트너스는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다, 부광약품으로부터 지난 8월 국내 판권을 400억원에 양수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판권은 중국의 항서제약이 원 개발사인 미국 어드벤첸연구소로부터 확보해 보유 중이다. 항서제약은 지난 2014년 12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으로부터 위암 3차 치료제로서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를 받고, 2015년부터 중국 내 판매를 개시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관계자는 "위암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3상 임상시험 종료 후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고,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 실패 확률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 ▲ LSK바이오파트너스 파이프라인 ⓒ에이치엘비
    ▲ LSK바이오파트너스 파이프라인 ⓒ에이치엘비

    그렇다면 리보세라닙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리보세라닙의 가치는 이미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매출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항서제약은 리보세라닙 중국 내 판매로  2015년 550억원, 2016년 1400억원, 지난해 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 의약품의 매출액 규모로 리보세라닙의 가치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도 있다. 리보세라닙과 동일한 기전의 항종양 신생혈관 억제제면서 위암에 대해 승인 받은 제품으로는 일라이릴리(Eli Lilly)사의 '사이람자(Cyramza)'가 있다. 지난 2014년 시장에 출시된 사이람자는 지난해 매출 7억 5800만 달러(약 8623억 7660만원)를 기록했다.

    사이람자와 경쟁해서 시장점유율을 1%를 뺏어온다고 가정할 경우, 연 매출 86억 2377만원을 달성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에서는 통상적으로 임상 3상을 마쳤을 때 신약의 시장점유율을 1%로 가정한다. 여기에 영속가치 10년을 적용하면 리보세라닙의 시장 가치는 862억 3776만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대략적으로 산정한 수치로, 리보세라닙이 위암 치료제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느냐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최종 임상 3상 완료 전까지 사이람자 대비 낮은 효과, 부작용 등이 발견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리보세라닙은 위암 3차치료제로 신약허가 신청 (NDA)을 계획 중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환자가 암 진단을 받은 후 가장 먼저 시도하는 1차 치료제, 이후 내성 및 부작용 등이 발생할 경우 2차 치료제가 적용되는데, 3차 치료제는 1, 2차 치료제가 모두 듣지 않을 경우에나 처방된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는 그만큼의 한계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