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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기업 애브비가 전 세계 판매 1위 의약품인 '휴미라'의 유럽 입찰가를 최대 80%까지 인하한다. 지난달 유럽에 '임랄디'를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폭이 좁아지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애브비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휴미라의 유럽 공급가를 10~80% 할인한다고 밝혔다.
휴미라는 류머티즘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 척추염, 건선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휴미라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184억 2700만 달러(약 20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치료제다. 애브비의 매출에서 휴미라는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달 15일 유럽 특허가 만료되면서 암젠의 '암제비타',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 마일란·후지필름쿄와기린의 '훌리오' 등 4종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에 출시됐다.
기존에도 레미케이트 등 오리지널 약이 할인에 나선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큰 비용 할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케이드 등의 바이오시밀러가 나왔을 때도 가격을 이렇게 많이 후려치진 않았다"며 "이렇게 대대적으로 낮추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개사도 아닌 4개사가 경쟁적으로 출시한 데 따른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보다 30%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오리지널 약의 할인율이 30%를 넘어서면 바이오시밀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휴미라의 가격 파괴 정책은 4개사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데 따른 방어책으로 분석된다. 경쟁사들의 처방 데이터를 최대한 늦게 쌓이게 함으로써 영업·마케팅에 차질을 빚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에서는 애브비의 초저가 가격 정책이 유럽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최대 80%의 할인율을 적용할 북유럽 시장은 전체 시장의 1~2% 정도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의 주요 5개국 시장에서 10~20% 정도로 할인한다고 가정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갖췄다는 게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의 입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애브비의 가격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가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며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임랄디'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브비가 아직 주요 유럽국가들의 할인폭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보다 더 큰 할인을 적용할 경우 애브비에도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