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손끝에서 전국 '햇반'으로 국민 밥상에… 우리쌀 자부심 키운다
  • ▲ 지난 2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황등농협 RPC 벼 투입 작업 모습. ⓒCJ프레시웨이
    ▲ 지난 2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황등농협 RPC 벼 투입 작업 모습. ⓒCJ프레시웨이

    한적한 시골길 끝에 공장과 창고, 그 중간 즈음일까 싶은 건물이 보였다. 이곳으로 다가가자 포대를 양팔에 끼운 지게차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포대가 무언가를 토해냈다. 산물상태의 벼였다. 멀리서 보면 그 정체를 알기 힘들었지만 가까이 다가서니 의심할 여지없는 벼 낱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내렸다. 벼들은 바닥에 뚫린 구멍 안으로 쉴새없이 빨려들어갔다. 지게차 뒤로는 엄청난 양의 포대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국내 4대 쌀 생산지 중 한 곳인 전북 익산 황등면의 '황등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1년 동안 우리 밥상을 책임지기 위한 우리 쌀 도정이 시작되는 곳이다.

    지난 2일 오전 찾아간 이곳은 올해 수확한 벼들을 도정하느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 해의 끼니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추수가 막바지로 접어든만큼 엄청난 양의 벼가 이곳을 거칠 준비를 마쳤다. 익산시는 국내 4대 쌀 생산지로 유명한 곳으로 이 지역 전체 농가의 90%는 벼농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 중에서도 이곳, 황등농협 RPC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햇반'의 원료가 되는 쌀을 도정하는 곳이다. '당일 도정, 갓 지은 밥'이라는 카피로 햇반은 올해만 해도 3억개가 넘게 팔려나갔다.

  • ▲ 지난 2일 찾은 전북 익산시 황등면 황등농협 미곡처리장 전경. ⓒCJ프레시웨이
    ▲ 지난 2일 찾은 전북 익산시 황등면 황등농협 미곡처리장 전경. ⓒCJ프레시웨이
    햇반과 황등농협을 잇는 다리는 바로 CJ프레시웨이다. CJ프레시웨이는 전북 익산 지역 700여개 농가와 손잡고 쌀 계약재배에 나선 결과 3년간 쌀 누적 구매 물량이 약 1만톤을 돌파했다. CJ프레시웨이가 본격적으로 계약재배를 시작한 2016년 이곳에서만 1600톤의 쌀을 사들였다.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3700톤, 올해는 8000여톤에 달하는 쌀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익산시에서 한 해동안 출하되는 쌀의 약 5%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익산시에서 공공비축을 위해 수매하는 물량인 7500여 톤을 상회하는 규모다.

    RPC란 반입에서부터 선별·계량·품질검사·건조·저장·도정을 거쳐 제품출하와 판매, 부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미곡의 전과정을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농가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관리비용을 절감하며 미곡의 품질향상 및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시설이다. 1만149m² 규모에 이르는 황등농협 RPC는 2016년 12월 2공장 준공을 마치는 등 시설면에서 전국 어느 RPC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곳의 투입구로 들어간 벼들은 완전하게 제어가 가능하다. RPC 전역의 모든 시설은 엄격하게 중앙통제실에서 모두 통제가 가능하다. 산물상태의 벼는 가장 먼저 건조기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30톤 6기, 25톤 2기의 건조기가 존재해, 일일 건조가능량이 230톤에 달한다. 하지만 1년치 수확량이 한번에 몰리는 만큼, 제 아무리 큰 RPC여도 전체량을 건조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양곡사일로'와 보관 창고가 존재한다. 건조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벼들은 사일로로 이동, 보관된다. 이곳에서는 산물상태의 벼 변질을 막기 위한 통풍이 이뤄진다. 고온에서는 발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창고 역시 330m² 8동(저온창고 330m² 1동), 1650m² 1동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 RPC에서는 지난해 8월 저온사일로 500톤 4기, 건조기 30톤 3기를 보람찬벼 전용으로 증설했다. 향후 상온창고를 저온창고로 전환하는 계획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6000톤까지 저장할 수 있고, 이후 8000~9000톤까지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일로에 저장돼 있던 벼들은 건조기에 자리가 나면 자동으로 넘어간다.  건조기에서는 수분 27~28%를 머금고 있던 산물벼 수분이 15~16%까지 떨어진다.

    건조를 거친 벼들이 우리가 먹는 '쌀'로 변신할 때까지는 12~13개의 이물 선별 장치를 거쳐야 한다. 종합석발기, 현미석발기, 백미석발기 등으로 이물을 잡아내 이물을 최소화한다. 끝이 아니다. 이후 이곳 RPC의 핵심 선별장치를 거쳐야만 한다. 바로 LED조명을 이용해 감별하는 색채선별기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 채널수를 가진 색채선별기가 벼 길목을 지키고 있다. 이 색채선별기를 두번이나 거쳐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이후에는 '키'의 원리를 이용하는 진동체선별기도 거쳐야 한다.
  • ▲ 김우성 황등농협 RPC 대리가 지난 2일 황등농협 RPC 내부의 색채선별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 김우성 황등농협 RPC 대리가 지난 2일 황등농협 RPC 내부의 색채선별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이날 김우성 황등농협 RPC 대리는 "쌀에 이물이 들어갈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낮게 만드는 것이 중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에 이물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 많이 속상하다"며 "이렇게 좋은 기계들을 가져다놓는다고 다가 아니고, 관리를 못할 경우 결과가 안좋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리는 "하지만 이곳은 CJ프레시웨이가 제공하는 체크시트로 관리를 진행하고 있고, 품질혁신팀 등과 RPC를 위한 좋은 정보 등을 끊임없이 공유하는 등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햇반에 들어가는 이곳 쌀은 주문이 들어와야만 도정한다. 도정 후 7일 이내 센터를 출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 대리는 "내일 분 발주가 들어오면 오늘 도정하는 방식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CJ프레시웨이와 익산시의 계약재배 사례는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해주고, 나아가 쌀 소비 촉진을 돕는다는 점에서 상생경영(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익산시 황등농협은 CJ프레시웨이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쌀 소비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식품 상생협력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민규 CJ프레시웨이 신선상품팀 과장은 "CJ프레시웨이의 계약재배는 농가에는 판로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확보가 가능하게 하고, 기업은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물량확보를 통해 상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Win-Win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는 CJ그룹의 주요 경영방침의 하나인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에도 부응할 수 있어 앞으로도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