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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를 표방하며 만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500개를 넘어섰고 투자자들이 출자를 약정한 금액은 7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 환원 기조 속에서 기업 가치 증대와 배당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표면적 출범과 달리 실상은 단기 차익을 위해 조성된 펀드일 경우 기업의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경영권 참여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증권 등에 투자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530개로 사상최대로 집계됐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 말 110개 대비 약 5배로 성장했다.
투자자들이 해당 PEF에 출자를 약정한 금액은 68조8203억원으로 2009년 말(20조원)보다 3.4배로 커졌다.
PEF는 기업의 경영권 참여나 사업구조,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지분증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뒤 경영에 개입하거나 지배구조 개선, 배당확대 등을 요구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다시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이 외국계가 주도해온 국내 상장 인프라펀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MKIF)를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한 데 이어 최근 KCGI가 한진칼 지분을 9.0% 매입하면서 단숨에 2대 주주로 떠오르자 국내 PEF 행보에 우호적인 시선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도적인 환경이 주주 행동주의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PEF의 경우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하고 10% 이상 지분 투자 시 적용되는 규제 등을 완화하는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규제 개편으로 국내 사모펀드도 해외 사모펀드처럼 소수 지분만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배당확대 요구 등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으로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관련 PEF들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PEF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특성상 자칫 기업의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아직은 적지 않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를 주로 기업 경영보다 펀드가치 상승에 중점을 둔 금융인 출신이 이끌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기업 사냥꾼'이나 '먹튀' 등으로 상징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 국내 PEF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2003년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2015년 삼성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 최근 현대차 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압박 등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로 인한 잡음이 컸던 데에도 원인이 있다.
증권가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서 유망주 찾기에 나서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영참여 시 배당뿐 아니라 자회사 경영, 자산유동화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행동주의 펀드가 세계 각지에 투자한 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5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