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계열사 중 최대 승진자 배출… 김교현 사장은 화학BU장 승격5년간 20조원 실탄 확보… LC타이탄 이은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
  • ▲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 ⓒ롯데
    ▲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 ⓒ롯데
    롯데그룹의 2019년 임원 인사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특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대대적으로 육성 중인 화학 사업부문(BU)을 중심으로 대거 승진인사가 이뤄졌다. 투자 역시 화학에 상당 부분 집중되면서 기존 유통 중심에서 화학 중심으로 무게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

    2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총 50개 계열사에서 신규임원 110명을 포함한 284명의 인사가 이뤄졌다.

    2018년 임원인사 보다 45명(약 19%) 늘어난 규모다. 당시에는 40개 계열사에서 신규임원 105명 등 239명의 인사가 있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한 계열사는 롯데케미칼(27명)이다. 또 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지 2년 만에 김교현 사장은 그룹의 유화사업을 총괄하는 화학BU장으로 승격했다. 50여년간 롯데를 지탱한 식품·유통을 대신해 화학을 중심으로 그룹의 ‘새판’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10월 대규모 투자 발표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당시 롯데는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에 걸쳐 50조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0조원은 화학 분야에 쏠린다. 나머지 30조원은 유통 부문에 12조5000억원, 호텔·서비스에 12조5000억원, 식품에 5조원 등이 집행된다.

    케미칼은 우선 국내 생산거점인 여수와 울산, 대산 등에 설비투자를 진행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대규모 설비 신·증설로 원료 지역 다변화를 이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롯데그룹은 인적쇄신과 대규모 투자로 케미칼을 글로벌 화학기업 10위권에 진입시키려 한다. 세계 석유화학 시장이 수요 주빈과 원가부담으로 ‘다운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현재 케미칼은 국내에선 LG화학과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20위권이다. 업계에서는 케미칼이 20조원이라는 큰 실탄을 확보한 만큼 향후 인수합병(M&A)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케미칼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현대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회사 LC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아직 대규모 투자가 없다. 이를 통해 앞으로 LC타이탄급의 관련기업을 추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김교현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임병연 케미칼 신임 대표이사의 전력을 봐도 분명하다. 임 대표는 앞서 롯데지주에서 가치경영실장을 맡으며 재무혁신실과 함께 그룹의 계열사 인수합병 등 굵직한 투자 전략 등을 설계했다.

    아울러 그는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신규사업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이를 통해 전공분야인 케미칼에 돌아와, 지주에서 익힌 노하우로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 관계자는 “인사가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열사들의 내년 방향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단 케미칼은 내년에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 공장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글로벌 사업확대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인도 국영 화학회사 ‘OPAL’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OPAL의 기업가치는 약 2조원으로 롯데 측이 이미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내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