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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신한금융지주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조용병 회장이 내건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꾼 건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선 각 계열사의 지휘 체계가 복잡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그룹사 사장단 및 임원 후보에 대한 추천을 실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직개편이다.
신한금융은 기존 GIB(글로벌자본시장), GMS(고유자산운용), WM(자산관리), 글로벌 등 사업부문체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략, 재무, 리스크관리 등 주요 업무지원 영역까지 ‘원 신한’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개편했다.
이는 그룹사 단위로 분산돼 있던 역량을 고객 관점에서 하나로 결합해 지주회사와 그룹사 간 전략 추진 방향의 일관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그룹 GIB사업부문장은 정운진 신한은행 부행장보가, 그룹 GMS사업부문장은 장동기 지주 부사장보가 맡는다.
글로벌사업부문장은 정지호 신한은행 부행장보, 왕미화 신한은행 부행장보는 그룹 WM사업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지주사 브랜드 및 홍보, 사회공헌 담당 임원을 이병철 부행장보가 맡게 되면서 5개 직무가 겸직 형태로 전환했다.
매트릭스 체제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신속하고 통일된 목표를 각 계열사에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휘계통에서 혼란을 줄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만큼 내부 교통정리를 위해 계열사 대표가 겸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비춰볼 때 신한금융의 매트릭스는 실험적 요소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그룹장의 이력을 볼 때 모두 은행 출신이면서 새롭게 임원 대열에 합류한 인물이 대부분”이라며 “지주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비은행 계열사의 핵심부서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GIB그룹은 은행, 금융투자, 생명, 캐피탈 지주 등 사실상 전 계열사의 투자업무를 총괄한다. 글로벌그룹도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지주 등 신한금융지주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계열사 대표보다 업무 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도 생각보다 상당하다. 인사 권한은 없지만, 평가권을 줘 사실상 실권을 쥐여준 셈이다.
일각에선 조용병 회장이 마지막 임기를 남겨놓고 친정체제를 구축한 게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각 계열사 대표가 갖고 있던 힘은 분산시키는 대신 그 힘이 모두 지주회사로 몰린 형국”이라며 “짧은 시간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계열사 직원 간 융합도 고려해야 기대했던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