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조 단위 승부수… 온라인시장 대격돌
  • 2018년 무술년(戊戌年) 유통업계는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1인 가구 증가와 IT 기술 발전은 '가정간편식'과 '무인점포' 등의 트렌드를 가속화했고 불황과 함께 정부 규제 강화, 최저임금 인상(16.4%) 등 유통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웃음 보다는 고민이 깊었던 올해 유통가의 주요 뉴스를 뉴데일리경제와 함께 되짚어 본다.<편집자주>

    유통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다. 여기에 소비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트렌드가 옮겨가며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성장둔화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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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업계,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 도입

    유통업계에 가장 큰 이슈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업계 최초로 지난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해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후 업체별로 저마다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했다. 대형마트는 매장의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백화점의 경우는 점포의 오픈시간을 늦추고 직원의 퇴근 시간을 당겼다.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24시간 운영되는 데다 대부분 2~3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는 탓에 인건비 증가에 따른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가맹본부는 연간 영업이익률이 3~4%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하는 등 가맹점주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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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점, ‘3강’ 구도로 재편… 강남벨트 형성

    최근 몇 년째 유통공룡들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면세점업계 판도가 급변했다. 30여년간 이어져 온 롯데-호텔신라의 양강 체제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사실상 깨졌다. 

    대표적인 재벌2세 여성경영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의 격돌로 관심을 끌었던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은 지난 6월 신세계로 결정됐다. 인천공항의 사업권을 따내면서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35%), 호텔신라(29.6%), 신세계(19%)로 바뀌었다. 신세계는 7월 서울 반포 센트럴에 문을 연 강남점을 포함하면 22%까지 올라간다. 이로써 기존 ‘1강 1중 1약’ 구도에서 롯데·신라·신세계 3강 구도로 시장이 재편됐다. 

    지난달엔 현대백화점그룹면세점이 강남점 문을 열면서 롯데-신세계와 함께 이른바 ‘강남벨트’ 형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갈수록 늘어나는 시내면세점에 송객수수료, 마케팅 전쟁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12개에 달한다. 시장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올해 면세시장 매출은 보따리상에 힘입어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4조원이던 전체 시장규모는 올해 19조~2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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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커머스 조 단위 승부수… 온라인시장 대격돌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온라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체들이 저마다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64조원이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78조원으로 1년 사이 20% 가까이 급증했다.

    신세계는 온라인 통합 법인을 신설하고 모두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질세라 롯데도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하고 2020년까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계열사 7개의 온라인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쿠팡도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0억달러(약 2조 25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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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스톱, 세븐일레븐이 인수하면 ‘편의점 3강 체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경쟁사인 ‘이마트24’를 제치고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CU와 GS25의 ‘빅2’ 체제였던 국내 편의점 업계는 ‘빅3’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이 18년 만에 부활한 상황이어서 업계 4위인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24로선 1~3위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점포 수 기준으로 CU와 GS25에 이어 업계 3위다. 10월 말 기준 전국 점포 수가 9548개인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점포 2533개를 흡수하면 1만3109개의 CU와 1만3018개의 GS25와 비슷한 1만2081개로 늘어난다. 편의점 업계가 기존 빅2 체제에서 빅3 체제로 바뀌는 셈이다. 최근 이뤄진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 코리아세븐 대표가 바뀌지 않은 건 미니스톱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밀릴 경우, 이마트24로선 1~3위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점포 수를 전국 3500여개까지 늘렸지만 근접 출점이 제한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자율규약 시행으로 앞으로는 같은 브랜드는 물론 다른 브랜드 간에도 근접 출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 ◇백화점·마트, 체류형 매장 인기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저성장의 극복 수단으로 체류형 매장을 선택했다. 매장을 고객이 쉴 수 있는 여가공간으로 조성해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출점되는 유통매장들의 특징은 휴게 공간이 넓게 마련되거나 체험형 콘텐츠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온라인 시장 대비 오프라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대비 13.2% 증가했으나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3% 증가에 그쳤다.

    백화점의 경우 잇따라 식품관 콘텐츠를 강화하고 기존의 매장 층 구성을 바꾸기에 나섰다. 아울렛에 서핑숍이 들어서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슈퍼마켓부터 창고형 할인점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매장 또는 삐에로쑈핑·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슈퍼와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모은 매장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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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강화 나선 ‘TV홈쇼핑’

    홈쇼핑업계가 발빠르게 모바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모바일커머스 규모가 53조원을 기록해 PC 기반 인터넷 쇼핑 규모 39조원을 초월하면서 모바일 강화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TV홈쇼핑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데다 젊은 소비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을 통한 쇼핑 환경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올해 초 모바일 조직을 본부로 격상하고 관련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지난 9월에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을 활용해 실제 매장에 있는 것처럼 쇼핑이 가능한 ‘VR 스트리트'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입체(3D) 화면을 통해 매장 곳곳을 살펴보고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정보를 확인한 후 구매까지 가능한 체험형 서비스다. 

    GS홈쇼핑은 TV상품과 연계한 모바일 쇼핑을 강화하고, TV홈쇼핑에서 모바일로 동영상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관련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모바일 생방송 '모바일 라이브'로 채널 간 시너지를 강화했다.  CJ오쇼핑도 지난해 12월 CJ ENM 오쇼핑부문에서 개국한 CJmall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을 선보이고 모바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NS홈쇼핑 역시 최근 KT와 함께 '증강현실(AR)마켓'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모바일 강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