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박탈… '품질향상-가격인하' 경쟁 사라져"M&A 이슈는 별개… "반경쟁성, 공정위 심사 통해 다뤄야"'親 KT 파' 프레임 우려… SKB, LGU+도 언제든 규제 대상 될 수 있어"
  • ▲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정상윤 기자
    ▲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정상윤 기자

    "합산규제를 단순히 KT 독점을 막기 위한 법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몇년 뒤 SK브로드밴드도 케이블업체 인수를 통해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합산규제 재도입은 소비자 후생과 방송통신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인터넷TV(IPTV)-위성방송-케이블TV 등 각 유료방송 업계의 합산 점유율이 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해 6월 27일 사라졌다.

    박 교수는 먼저 자동차 산업을 예로들며 "현대·기아차의 경우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이 60~70% 가까이 되는데, 왜 점유율 규제를 안하는지 묻고 싶다"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33.33%로 제한하게 된다면, 해당 업체의 차를 사고 싶은 소비자들은 불가피하게 다른 업체 차를 구매하거나 웃돈을 주고 해당 차를 구매하는 등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가장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점유율이 33.33%로 제한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아무리 나쁜 제품을 판매해도 70%의 점유율을 보장받는 것"이라며 "규제대상이 아닌 사업자들은 1등 사업자에게 고객을 뺏길 걱정이 없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향상이나 원가 절약을 할 유인이 줄어들고, 1등 사업자 또한 더 이상 고객을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품질향상이나 가격인하 노력을 덜하게 된다. 결국 여러모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합산규제와 M&A 이슈는 별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전 점유율이 있건 없건간에 합병에 대해서는 심사를 한다"며 "방송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리고, 과기부와 방통위에서 또 심사를 하기 때문에, 사전점유율이 폐지된다고 해서 합병이 쉽게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합산규제가 없으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간 인수합병이 쉬워지고 유료방송 시장의 집중도가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합산규제 유무와 관계없이 합병심사에서 인수합병의 반경쟁성을 면밀히 심사하므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6년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인수합병이 공정위에 의해 불허된 바 있다.

    이어 그는 "보유한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고 방송시장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사후규제 장치들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시장점유율 사전규제를 방송산업에 예외적 적용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독점적 플랫폼의 횡포는 사후규제 장치로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정상윤 기자
    ▲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정상윤 기자

    아울러 박 교수는 최근 과방위의 'KT-스카이라이프' 분리 발언과 관련해, 양사가 분리되기 사실상 어려울 뿐더러, 분리된다 한들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이 커진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KT가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 등 몸집불리기를 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 분리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KT가 기업분할을 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분리되어도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이 커진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스카이라이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남북방송통신교류추진위원회에 참여·활동 중이며, 지난 2016년 5월부터는 자체적으로 통일 관련 자문단인 통일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포럼 및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통일미디어기업'으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 북한이탈주민보호시설에 '사랑의 안테나'를 지원 중이다. 때문에 현재 스카이라이프가 공공성 목적의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만큼, KT가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몸집불리기 움직임이 공공성 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어 그는 "강제 기업분할이라는 것은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킬 조치인 만큼 초강수 중에 강수"라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경쟁촉진을 위해 기업 분할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해당 분리 논의 자체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또 합산규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親 KT 파' 프레임 씌우기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합산규제는 특정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현재 KT가 합산규제 대상에 가깝지만, 몇 년후에 브로드밴드가 케이블을 인수해서 33.33% 가까이 될 수 있다. 브로드밴드가 규제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합산규제를 'KT를 막기 위한 법'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맞지않다. 거시적 시점에서 브로드밴드나 유플러스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산규제로 인해 부족한 공급이 생기고, 웃돈까지 주고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생기면 이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가격을 올릴 것이고 이는 모두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며 "합산규제를 단순히 특정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합산규제 재도입시 KT 해외주주들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 가능성과 KT의 위헌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KT 위헌 소송 가능성에 대해선 2006년 정부가 신문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30%로 제한하려 했던 것에 대한 위헌 판결을 일례로 들었다.

    박 교수는 "이때 당시 헌법재판소는 독자의 선호도에 의해 신문 구독이 결정되는 만큼, 신문 시장지배력이 구독시장에서 독자를 흡인해 언론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KT 역시 이와같은 맥락으로 위헌 소송을 할 가능성이 열려있으며, 주주들이 KT를 배임죄로 소송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