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생보사 일제히 위험직군 가입비율 10% 밑돌아 10개 손보사 중 5곳은 10% 미만… 금융당국 '예의주시'
  • ▲ 생보사 실손보험 신계약 중 위험직군 가입 비율.ⓒ생명보험협회
    ▲ 생보사 실손보험 신계약 중 위험직군 가입 비율.ⓒ생명보험협회

    생보업계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 비율이 일제히 1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일부 고객들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차단하고 있어서다. 일부 보험사들은 사고위험이 높은 직업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설계사나 의료계 종사자들의 가입을 막고 있어 가입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12개 생명보험사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0.2%~8.7%에 불과했다.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최근 1년간 전체 신계약건수 중 상해위험등급 3등급(보험개발원 직업등급표 기준 D및 E등급)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건수의 비율을 말한다. 보험개발원은 가장 안전한 A등급부터 제일 위험한 E등급까지 직업의 위험도를 나누고 있고 보험사들은 이를 보험료 산정이나 인수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D등급엔 특전사, 경찰특공대, 교통경찰, 소방관, 용접공, 마술사 등이 포함된다. E등급은 대리운전 기사, 헬기조종사, 격투기 선수, 전문 산악인, 스턴트맨, 곡예사, 선장, 오지탐험가, 동물 조련사 등이 해당된다.

    ABL생명과 DB생명은 이러한 위험직군 가입자 비율이 각각 0.2%, 0.7%로 업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KB생명(1.1%)과 동양생명(1.2%), 미래에셋생명(1.7%)은 1%를 겨우 웃돌았고 KDB생명(3.3%), 흥국생명(3.6%)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농협생명(6.5%), 교보생명(6.7%), 신한생명(7.8%), 삼성생명(8.2%), 한화생명(8.7%)도 실손보험 위험직군 고객 비중도 한 자릿수 비율을 나타났다. 

    생보사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고객 비중이 적은 것은 손해율을 이유로 가입 문턱을 높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생보사들은 손해율을 핑계로 실손 상품을 취급하지 않거나 판매하더라도 까다로운 인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DB생명의 가입 거절직군 수는 153개에 달한다. 상해등급 D, E에 해당하는 고위험 직군 257개 중 절반 이상을 가입 거절직군으로 분류한 셈이다.

    KDB생명도 144개의 직군을 가입 거절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ABL생명도 74개의 고위험직군을 가입거절직군으로 두고 있다. 특히 KDB생명이나 ABL생명은 공시 내용을 ‘일부 고위험직군에 대한 가입거절’  등으로 허술하게 안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직군 가입비율이 높은 한화생명, 삼성생명의 경우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만 거절 직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10개 손보사의 경우 위험직군 가입비율이 3.7%~ 14.3%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5곳(농협손보, 롯데손보, 현대해상, MG손보, 메리츠화재)은 위험직군 가입율이 10% 미만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보완하는 보험 상품(계약건수 3359만건)으로 국민 3명 중 2명이 가입하고 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리는데다 보장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 보니 위험직군 비율이 낮은 곳은 가입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이 직업군을 분류해 가입 가능 여부를 따지는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특정 직업군에 대한 보험가입 제한을 비판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면서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고위험 직군에 대한 관리 감독을 진행 중이다. 

    인권위는 민간이 판매하는 보험이라 할지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실태파악을 통해 정책ㆍ제도개선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가입 거절 직군현황을 제출하도록 하고, 고위험 직업군의 사고 위험이 실제로 높은지도 검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고객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고위험 직군의 가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