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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 불리하다는 관측이다. 재무구조 악화로 회사 매각에까지 이른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 배정을 받는데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5월 2일 국내 항공사 관계자를 불러 중국 운수권을 배정할 계획이다.
운수권 배분은 국토부가 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항공사별로 점수를 매기게 되며 높은 점수를 얻은 항공사가 운수권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재무리스크로 인해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의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평가기준 '3-나' 항에 ‘항공사의 재무건정성 및 수익성’에 대한 부분이 있다. 기준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49%에 달한다. 올해 운용리스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00% 이상 더 오를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총 82대 항공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중 50대가 운용리스 항공기다. 총 항공기 중 60%가 리스항공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중국 운수권 배정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몽골 노선 운수권 배정을 위한 평가 당시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가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한몽 항공회담 결과로 이뤄진 몽골 운수권 배정에서 인천~몽골 노선을 확보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아시아나항공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후 재무제표를 수정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282억원(전년비 88.5%↓), 당기순손실 1959억원(적자전환) 등을 기록하며 기존 실적대비 크게 악화됐다.
앞서 언급했듯 운수권 배정 평가기준에는 재무건전성이 포함된다.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가 평가당시와 달라졌기 때문에 몽골 운수권 배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몽골노선 배정 이후 한달 뒤에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제표를 수정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몽골노선을 운항한 경험도 없어 재무문제까지 겹칠 경우 다른 항공사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탑승률이 저조한 노선을 정리할 방침이다. 정리 검토 노선에는 중국 일부노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중국 운수권을 배정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에어와의 형평성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국토부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이후 신규 항공기 도입 및 신규 노선 취항이 금지된 상황이다.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을 앞두고 진에어는 신청 서류를 접수했으나 이후 운수권 배정 평가를 위한 ‘2019년 중국 운수권 수시 배분을 위한 평가자료’ 요청을 받지 못했다. 국토부가 중국 운수권 배정에서 진에어를 사실상 제외한 것이다.
진에어는 지난 달 사내이사를 줄이고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며 경영문화 개선방안을 모두 완료했다. 그럼에도 제재조치가 풀리지 않아 지난 몽골·싱가포르 운수권에 이어 중국 운수권 배정에도 제외된 상황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내식 대란부터 잦은 항공기 지연 및 결항, 매각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진에어처럼 법률 위반 제재를 받은 적도 없고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운수권 배분과 관련돼 불이익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중국 운수권은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인천~베이징·상하이 노선 취항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존 LCC 중국 노선의 경우 지방공항~지방공항, 지방공항~베이징·상하이 등에 치우쳐 있어 사실상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몽골노선 운수권 확보에 실패한 만큼 이번 중국 주요 노선 취항을 통해 수익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중국 노선 운수권 배정에 있어 다각도로 검토 중인 상황이다”며 “이번 항공회담을 독점이 해소되고 항공사간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도 “이번에는 인천~베이징·상하이 등 주요노선을 확보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