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5월 정기 총회서 '게임장애 질병화' 등재 확정국내선 KCD 적용 두고 통계청-복지부 '대립'업계, 부정적 인식 확산 우려 등 긴장감 극대화
  • "게임산업은 이미 국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게임을 '해로운 것'으로 바라보는 일부 정치권 등의 시각이 향후 국내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발판이 될까 심히 우려됩니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지식 공유의 장 'NDC 2019(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선 다음달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결정을 두고 관련 산업 위축 가능성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조차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장애 질병 등재가 이뤄질 경우, 업계 경쟁력 약화는 물론 경제적 충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WHO는 내달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성 장애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ICD-11을 채택할 예정이다. 앞서 WHO는 지난해 5월 ICD-11에 게임장애 코드를 신설하는 계획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회원국의 논의를 거쳐 개정안이 무리없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해 전 세계 게임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는 자칫 더해질 수 있는 규제들을 비롯 사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 파장들로 긴장감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NDC 행사장을 찾은 게임업계 관계자는 "WHO의 결정이 게임중독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국내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는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협할뿐 아니라 미래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CD-11의 객관적 데이터 및 투명성 부족에 따라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WHO의 게임장애 분류 시도가 자칫 공신력 있는 판단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게임 규제 강화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ICD-11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적용될 지는 미정이지만, 게임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부정적인 시각도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WHO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확정하면 우리도 곧바로 받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KCD를 주관하는 통계청이 내년 KCD 개정과 관련해 'ICD-10'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에는 2025년 이후 적용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게임산업협회도 미국게임산업협회(ESA) 등과 함께 게임장애 질병 등재에 반대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규정될 경우 5조원 규모의 시장 위축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NDC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선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청소년 게임 중독의 주된 배경으로 부모의 과잉간섭,  입시 문화 등 사회·문화적 특성을 꼽았다.

    정 교수는 "게임 과몰입이 유렵과 북미에 비해 한국과 중국에서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부모의 과잉간섭 및 기대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 등 치열한 입시문화의 특수성 때문이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게임만 없앤다면 새로운 갈등이 양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