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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주택시장 분위기 침체에도 강남권의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지는 아파트값 하락세를 틈타 서울 외 지역 '큰 손'들의 '원정 매입'으로 풀이된다. 미래가치 등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이는 지역들의 매수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방이나 경기권 등 서울 외 거주자들이 서울 지역의 주택을 원정 매입한 경우는 지난해 4분기 23.1%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22.9%로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권의 경우 지방 큰 손들의 주택 원정 투자 비중은 올 들어 더 높아졌다.
강남구의 올해 주택 매매건수는 424건으로, 지난해 3·4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31.1%인 132건이 외지인이 매입했다. 거래 다섯 건 중 두 건은 원정 투자라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외지인 주택 매입 비중이 각각 24.5%, 24.1%였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서초구도 지난해 3분기 19.7%, 4분기 20.6%였던 외지인 주택 매입 비중이 올해 1분기에는 24.2%로 증가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올 초부터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아파트에서 가격을 수억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보유세 부담이 큰 서울 거주자들보다 지방 큰 손들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강북 일부 지역에서는 외지인 매입 비중 상승폭이 커지기도 했다. 종로구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3.9%에서 올해 1분기 25.9%로 올랐다. △관악 21.3→25.1% △강서 23.6→26.8% △동대문 18→20.4% 등이 외지인 매입 비중이 늘었다.
이에 반해 서울 전역의 아파트 거래에서 외지인 매수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2.1%에서 20.7%로 줄었다. 성동·성북·강북 등은 외지 매수인 비중이 5~10%p씩 떨어졌다.실제로 용산구는 지난해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방침으로 지난해 3·4분기에 각각 외지인 주택 매입 비중이 29.6%까지 증가했으나, 올해 1분기 27.9%로 소폭 감소했다. 송파구 역시 지난해 3분기 27.5%, 4분기 24.4%에 달했던 외지인 주택 매입 비중이 올해 1분기 20.8%로 줄었다.
강동구는 지난해 3분기 26%까지 늘었던 외지인 주택매입 비중이 4분기에 20.3%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 17.9%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집을 사는 경우 세 부담을 크게 늘린 결과다. 정부는 2020년부터 집이 한 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9억원 이상 파는 경우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최대 80%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내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분위기는 다소 꺾였으나, 여전히 미래가치가 높은 지역에는 추격 매수가 붙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의 경우 '가격이 내렸을 때 사두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곳이고, 동대문·강서 등은 분명한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들"이라며 "결국 투자수요가 선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로 전반적인 원정 투자는 줄었다"면서도 "하지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틈타 호재가 있거나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택에 한해서는 대기수요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05% 떨어지면서 23주 연속 하락했다. 낙폭도 지난주 -0.03%보다 하락했다. ▲강동 -0.53% ▲서대문 -0.30% ▲중구 -0.30% ▲노원 -0.13% 순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