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선택적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 불구 유예'결제한도' 형평성 여전… '웹보드' 규제 완화 절실문체부 '규제 재정비' 촉각… 여성가족부 협력이 관건
  • "57%." 지난해 한국의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음악 산업에 비해 8배 이상 큰 수치다. 이처럼 한류의 원동력이자 수출 효자종목으로 꼽히는 게임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셧다운제와 온라인 PC게임 월결제한도 등 국내 규제는 여전하며 중국 게임 시장의 빗장은 풀릴 기미가 안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라는 초유의 사태도 맞이한 상황이다. '3중고에' 직면한 한국 플레이어들이 벼랑끝에 내몰린 사이에 중국을 필두로 한 외산 게임들은 국내 안방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게임 시장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대응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넥슨 매각 결정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규제가 중요한 배경이 됐을 것이다. 제2·3의 넥슨이 나오지 않도록 기업을 살리는 정책과 규제 철폐가 절실하다"

    지난 1월 넥슨 매각 관련 긴급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의 발언이다. 올 초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매각 추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특히 중국 텐센트 등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업계는 그간 발전과 육성보다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온 정부 정책에 강도 높은 지적을 쏟아냈다. 게임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가 사업의 불확실성을 야기했다는 판단에서다.

    게임 규제 '뜨거운 감자'… '셧다운제-결제한도'

    국내 게임산업을 옥죄는 대표 규제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PC온라인 월 결제한도'가 꼽힌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도입했다. 시행 이후 2년 마다 여가부의 재평가를 통해 적용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할 수 있지만, 끊임없는 실효성 논란에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도로 2012년부터 친권자 요청에 따라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특정 시간대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선택적 셧다운제'까지 시행되면서 업계는 '이중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4년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조1600억원 가량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시장 위축 현상은 셧다운제 대상인 PC온라인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실제 지난해 PC온라인 시장 규모는 4조1844억원 수준으로 2012년(6조7839억원)에 비해 38% 가량 감소했다.  

    PC온라인 월 결제한도(청소년 7만원, 성인 50만원) 역시 게임시장 위축을 야기한 대표 규제로 지목돼 왔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소속 게임사가 임의로 정한 규제로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결제한도를 설정하지 않은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등급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암묵적 규제'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2003년 도입 이후 성인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플랫폼 간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됐지만, 부처 간 갈등 속에 폐지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해당 규제의 경우 지난 4월 취임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상반기 중 폐지 계획을 밝힌 상태이지만, 아직 결제한도 규제가 적용 중인 웹보드게임(월 50만원) 분야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웹보드게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규제 도입 이후 80% 이상 급감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에 걸었던 높은 기대와 달리 현재 게임 생태계는 각종 규제로 궤멸 직전"이라며 "시장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지만 일부 부처는 아직까지도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고 토로했다.
  •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DB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DB
    업계, 문체부 '규제 재정비' 촉각… 여가부 협력 관건

    업계에선 문체부 차원의 국내 게임산업 진흥 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친(親) 게임 정책에도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게임규제 완화에 수년간 소극적 태도를 취해온 것과 달리, 박양우 장관 취임 이후 관련 규제 재정비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향후 전개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박 장관은 지난달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문체부는 주무부처로서 게임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규제 완화뿐 아니라 게임업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문체부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PC온라인 월 결제한도를 상반기 중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게임규제 완화와 관련한 첫 번째 행보로 PC온라인 비중이 높은 넥슨,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다수의 게임사가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체부의 이 같은 결정은 향후 추가 규제 완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웹보드게임의 경우 내년 3월 재평가 논의가 예정된 가운데 PC온라인에 이어 규제 완화 및 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강제적 셧다운제는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완고한 입장이 규제 폐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올 초 진선미 여가부 장관이 셧다운제 유지에 대한 입장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업계에선 문체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 박 장관 역시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해 실효성에 대한 모니터링과 합리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여가부와도 지속적인 협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박 장관이) 취임 전부터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온 만큼 결제한도 폐지를 시작으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문체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게임산업이 4차산업혁명의 꽃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산적한 국내 게임 규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