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변경사업성 저하로 일정 지연‧후분양 전환 등 후폭풍 우려"로또 분양 양산 부작용… 제도 실효성 자체에 대한 검토 필요"
  • ▲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방배 그랑 자이' 견본주택 내. 이 단지는 3.3㎡당 평균 4657만원에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 역대 일반아파트 중 최고를 기록했다. ⓒGS건설
    ▲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방배 그랑 자이' 견본주택 내. 이 단지는 3.3㎡당 평균 4657만원에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 역대 일반아파트 중 최고를 기록했다. ⓒGS건설

    정부가 서울시내 신규아파트 청약시장의 고분양가 논란이 심해지면서 인위적인 시장가격 옥죄기에 나섰다. 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공급 위축, 로또 청약 양산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산재해 있다. 제도의 실효성 자체를 의심해봐야 하나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 차단을 통한 보증리스크 관리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했다고 전날 밝혔다.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이 바뀐 것은 2016년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 기준이 마련된 후 처음이다.

    HUG는 보증리스크 관리 명분으로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광명시·하남시·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규정하고 분양보증서 발급에 앞서 분양가 심사를 한다. HUG의 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승인에도 문제가 생기고 금융권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현재는 인근 지역에서 1년 이내 분양된 아파트가 있으면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다. 만약 1년 이내 분양된 아파트가 없으면 직전 분양가의 110%까지 인상을 허용했다.

    앞으로는 고분양가 사업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1년 이내 분양기준', '1년 초과 분양기준', '준공 10년 이내 기준'으로 세분된다. 준공 10년 초과 시에는 생활권을 확장해 비교한다.

    1년 이내 분양기준은 비교사업장을 해당 지역에서 입지·규모·브랜드 등이 유사한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로 선정해 해당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나 최고 분양가가 비교사업장 보다 높으면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판단한다.

    1년 초과 분양 기준은 해당 지역에서 1년 내 분양한 유사 단지가 없는 경우 주변에 분양한 지 1년이 넘었거나 준공은 되지 않은 아파트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한다. 이 때 해당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는 비교사업장의 평균 분양가에 주택가격 변동률을 적용한 가격과 비교사업장 평균 분양가의 105% 가운데 낮은 금액으로 산정돼야 한다.

    준공 기준은 인근에 분양 1년 이내, 분양 1년 초과이나 미준공 유사 단지가 없을 때에는 준공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아파트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한다. 해당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는 비교사업장의 평균 매매가 이내여야 한다.

    또 해당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는 비교사업장의 평균 분양가에 주택가격 변동률을 적용한 금액, 해당 지역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가운데 높은 금액을 초과하면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본다.

    서석민 HUG 홍보팀장은 "기존에는 준공 시기에 상관없이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단지를 비교 대상에 포함했으나, 앞으로는 준공일로부터 10년을 초과한 아파트를 비교 대상에서 제외해 심사기준에 합리성을 높였다"며 "만약 세 기준에 부합하는 비교사업장이 없다면 동일 생활권으로 확장해 비교사업장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분양가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평형별·타입별 공급면적의 평당 분양가를 산술평균해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로 적용하고 평형별·타입별 공급면적의 평당 분양가를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 가격의 일정 범위에서 관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평형별·타입별·층별 공급면적의 평당 분양가를 평형별·타입별·층별 공급면적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격을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로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서석민 팀장은 "이번 조치로 '1년 초과 분양 기준'과 '준공 기준'의 경우 분양가 수준이 현재보다 다소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보증 리스크와 주택시장을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HUG는 주택시장의 혼선을 방지하고자 약 2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4일 분양보증 발급분부터 변경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 ▲ 자료사진. '위례송파 힐스테이트' 견본주택 내 상담석. ⓒ뉴시스
    ▲ 자료사진. '위례송파 힐스테이트' 견본주택 내 상담석. ⓒ뉴시스

    현재로서는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가 첫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서초구 서초동 '서초 그랑 자이(무지개아파트 재건축)',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 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예고된 분양가 옥죄기라고 평가한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에 육박할 정도로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강북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을 넘었고, 강남은 3.3㎡당 4687만원을 찍었다.

    이에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에 동의한다"며 "지금 분양가가 적정한 지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이재광 HUG 사장은 "고분양가 규제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가 전형적인 시장가격 통제로 주택공급 위축과 금융비용 부담 문제 등 역효과가 우려된다.

    지난해 4월 이후 분양가 제한 때문에 계획대로 분양하지 못한 서울 사업장은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우성1차 재건축)'과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은평구 'DMC SK뷰' 등 10여곳에 이른다. 이 중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개포 그랑 자이)' 등 두 곳은 아직 분양일정을 정하지도 못했다. 몇개월만 일정이 지연돼도 수십억원의 금융이자가 늘어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예정 사업지의 수익성 분석부터 전부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선별적으로 골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후분양을 검토 중인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파트를 후분양으로 진행하면 금융비용과 사업 리스크는 커지지만, 분양가 산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23차·반포경남 통합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등이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서초구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4지구' 등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후분양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서울 지역의 공급을 더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한동안 잠잠하던 '로또 아파트' 열풍이 다시 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서울 강남·북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은 시세와 별 차이가 없어 투자 매력이 높지 않았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1순위 청약경쟁률이 15대 1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달 말부터 HUG가 변경된 기준을 적용, 분양가를 옥죄면 로또 아파트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변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더 벌어져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가 고분양가 논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분양가를 통제하면 할수록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는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이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 억제로 시세 차익이 명확해지면서 청약시장 가수요가 촉발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