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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성장 특례상장이 계속해서 제도적으로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인보사 사태로 바이오 업종의 타격이 우려되지만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원활한 상장을 위한 정책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술성장기업의 상장특례제도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바이오 등 업종별로 특화된 상장기준 도입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일 한국거래소는 한국증권학회 주최로 열린 증권사랑방 행사에서 기술성장 특례상장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성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본부장보)는 "우수 기술 기업의 코스닥 특례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나 4차산업 등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화된 상장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성장 특례상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바이오 업종을 예로 들면 신약 개발 단계에서 예상 수익을 고려해 성장성을 평가하거나, 미래 자금 조달 가능성을 고려해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같은 과거 실적을 중심으로 한 심사의 틀을 벗어나 향후 성장성 및 매출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는 미래지향적 핵심 심사지표를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익을 내지 못내도 기술·성장성을 갖추거나 독창적 사업모델 가지면 상장이 가능한 특례상장은 위험 부담도 안고 있지만 기업, 증권사(주관사), 투자자 모두에게 대박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 역시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어느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상무의 주장 역시 개인이 아닌 거래소를 대표해 향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례상장 과정은 물론 상장 이후 유지 및 상장폐지 요건에 대해서도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현재는 상장 이후 연 매출이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지만 바이오 기업의 경우 평균 임상 소요 기간에는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해주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외부 평가기관에서 평가등급 AA 이상을 획득한 기업에는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진행하는 기술 평가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책이 뒷받침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특례 제도를 통한 상장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김 상무는 전망했다.
지난해의 경우 21개사가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2005년 도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는 현재까지 5개사가 상장했으며 9곳이 상장예심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관건은 '인보사 사태'의 빠른 수습과 극복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허가 취소 사태가 IPO(기업공개) 시장에까지 번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젠큐릭스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전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압타바이오는 장초반 5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장외 때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기존 주주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며 22.51%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밖에 코넥스 시장에서 바이오 대장주로 꼽혔던 툴젠을 비롯해 노브메타파마, 젠큐릭스도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 사건이 기술성 평가기업의 상장, 특히 바이오 업종에는 악재가 사실"이라면서도 "바이오 상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고 당국이 정책적인 힘을 계속해서 실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낸 만큼 하반기에 다시 바이오기업의 상장이 몰릴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