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2주 연속 0.02% 등 5개구 상승 전환한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 속 집값 바닥론 힘 받아9.13 대책 억눌렸던 투자심리, 유동성 증가 만나 상승 가능성
  • ▲ 자료사진. 서울 삼성동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삼성동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8개월 만에 강남 집값이 상승하면서 정부의 전방위 압박으로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짐이 나타나는데다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도 전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집값 반등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촘촘한 대출규제 등으로 거래량 증가와 같은 즉각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2주 연속 0.02% 올랐다. 2주 연속 오름세는 지난해 10월 1~2주 이후 35주 만에 처음이다.

    9.13대책 이후 전고점 대비 3억~4억원씩 떨어졌던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매물 소진으로 다시 오르고, 일반아파트도 시세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지는 곳이 늘면서 상승 반전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지난달 전용 94.4㎡(16층)가 2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같은 면적, 같은 층이 26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2억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27㎡(6층)도 지난 4월 28억원에 거래돼 같은 면적, 같은 층의 지난해 1월 거래가 26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올해 초 가격이 꺾였다가 최근 지난해 매매가로 다시 뛰고 있다. 전용 84.4㎡(8층)는 지난해 10월 1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가 같은 면적, 같은 층이 올해 2월에는 16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 전용 84.4㎡(8층)이 18억6500만원에 손바뀜되면서 다시 18억원대를 찾았다.

    강남 집값은 서울 아파트값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재건축 아파트가 견인하고 있다.

    부동산114 시세를 보면 6월 2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19%로, 9주 연속 상승세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 2월 16억4000만원이었으나, 5월에는 18억2900만원으로 3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인근 A공인 대표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도 그 거래가를 딛고 가격이 일제히 올라서는 모양새"라며 "특히 강남구 아파트값이 34주 만에 올랐다는 지난 주 감정원의 가격 동향이 발표된 이후 매물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올해 첫 강남권 분양 단지인 '방배 그랑 자이' 견본주택 내. ⓒGS건설
    ▲ 자료사진. 올해 첫 강남권 분양 단지인 '방배 그랑 자이' 견본주택 내. ⓒGS건설

    강남구 외에 양천·구로구(0.02%), 마포·송파구(0.01%)가 상승 전환했으며 은평·광진·노원·중·용산·영등포·동작·서초 등 8개구가 하락을 멈춘 보합세를 기록했다.

    연초만 하더라도 서울 전역에 하락세가 이어지던 것과 대비된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 아파트는 최근 8억4000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가 8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 3월 말 8억원 선이었던 것이 최대 8000만원 뛴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 전체 아파트값 변동률도 2주 연속 -0.01%에 머물렀다. 지난해 11월 -0.01% 이후 7개월 만에 최저 낙폭이다. 부동산114 역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0.01%)이 30주 만에 상승 반전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달 1일 보유세 산정 기준일이 지나면서 당분간 추가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지난달 발표된 3기 신도시가 역설적으로 서울 아파트의 상대적 가치를 부각시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정부의 신도시 발표에서 강남 수요가 선호하는 지역에 공급이 없다는 시그널이 '강남 불패'라는 학습효과를 자극한 셈"이라며 "6월1일 재산세 부과 기준일이 지난 만큼 팔 사람은 다 팔고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한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까지 높아지자 집값 바닥론은 한층 힘을 받는 분위기다. 9.13대책 이후 억눌려온 투자심리가 시중 유동성 증가와 만나 폭발력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분쟁과 수출 부진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하며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금리 인하 반대를 고집하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경제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금리는 연 1.75%로 6개월째 제자리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만약 한은이 금리를 내린다면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 정도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제 최경환 전 부총리가 2014년 7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올렸을 때 한은은 8월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했고, 그 해 10월 2%까지 추가 인하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에 즉각적인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빚내서 집사자'는 열풍의 바탕이 됐다. 2014년 6월 5274건에 그쳤던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월 9830건까지 치솟았고, 2015년 3월에는 1만5543건까지 늘었다.

  • ▲ 자료사진.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 조성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 조성 현장. ⓒ성재용 기자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 역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6개월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4월 말 기준 1129조원으로, 1년 전보다 28조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7월 1120조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줄어들던 부동자금이 올 들어 다시 늘어나면서 4월 전고점을 경신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부동자금 증가는 주식시장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여있는 뭉칫돈이 늘어났다는 의미"라며 "만약 이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쏠릴 경우 언제든지 집값 상승은 재현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 수도권에서 9조원의 토지보상금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총 4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금액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9.13대책 이후 대출규제 등 수요억제대책이 강력하게 쏟아지면서 서울 집값이 하향 조정됐다"며 "저금리-유동성 장세에서 3기 신도시 개발 보상금까지 더해지는 등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만큼 상황을 잘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유동성 증가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서울 기준으로 LTV와 DTI가 각각 40%인데다 新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금융규제가 겹겹이 적용되는 만큼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전셋값 하락과 매매가 상승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주택 투자가 늘어나는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시장민감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데 따른 부담감과 거시경제 불안, 갭 투자 여건 악화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로 거래량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정부와 여당이 강남 집값 반등세 조짐과 관련해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제안내 차원이라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의 규제정책은 더 내놓을 게 마땅치 않다"며 "정부 여당의 메시지는 당장 추가 대책을 한다는 것보다는 경고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