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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부품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 2위, 세계 46위인 만도가 공식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메기로 하면서 2·3차 협력업체들의 어려움도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완성차업체들까지 부품 공급 등의 차질이 우려돼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지난 2일 임원 20% 감원을 비롯해 연말에 실시하던 희망퇴직도 5개월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실제로 공동대표이사인 송범석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 20여명은 대거 사표를 제출했다.
이는 만도 창사 이래 처음있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실적 부진이 결정적이다.
만도는 지난해 매출 5조6648억원, 영업이익 197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35%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감소하는 등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매출 6조원 가량의 만도 같은 큰 부품업체가 이 정도 상황이면 그 이하의 작은 업체들은 더욱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조원 이상 되는 규모의 부품업체들도 비상경영에 잇따라 들어가고 있다”며 “이미 작년말부터 부품업체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등 예견됐던 수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적 부진에 따라 신용도가 하락해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지면서 점차 손발이 묶이고 있다”며 “수백개의 2·3차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미 몇년 전 현대기아차가 국내 부품업체들에게 자신들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각자도생' 할 것을 당부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업체들은 해외 수요처 다변화 노력을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의 얻지 못했고, 기본적인 품질 경쟁력에서도 글로벌 부품업체들에 밀렸다”고 말했다. 또 “납품 물량이 어느 정도 규모를 맞춰야 되는데 그것 역시 충족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생각보다 빨리 전개되면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부품업체들이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 했는데, 예측했던 것보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빠르게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2%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품업체들이 자칫 줄도산이라도 발생한다며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미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들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4월 판매량이 36만8925대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5월과 6월에도 각각 전년대비 7.7%, 8.3% 판매가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도 6월에 10~20% 가량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완성차들이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매가 부진하다보니 부품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국내 1위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도 예외가 될 수 없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지금이라도 부품업체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정부 역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항구 박사도 “만도를 비롯한 부품업계의 위기 시그널은 완성차업계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며 “내년 하반기까지는 힘든 시기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