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과태료는 고액 예방접종거액투자 속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총력새먹거리 M&A·기업금융·IB데스크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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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계은행 1곳이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으면서 우리나라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부과 이유는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 때문인데, 자칫 우리나라 모든 은행으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진 것이다.

    결국 국내은행의 미국법인(지점)은 영업력이 위축돼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 2018년 미국에 진출한 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8% 포인트 하락한 694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과태료 부과 후 2년, 불안감은 길지 않았다. 현지 은행원들은 “오히려 쎈 예방접종을 받은 격”이라며 부활의 신호탄을 준비하고 있다.

    ◆깐깐한 자금세탁방지, 은행들은 숨고르기 중

    은행들은 일제히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강화를 위해 거액을 들여 거래모니터링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이상거래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대입했다. DFS(뉴욕금융감독청)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문제가 있는 은행들에 대해 1년 단위로 합동감사에 나서며 워치독 역할을 강화했다.

    미국에 지점형태로 진출한 국민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KEB하나은행은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을 하고 있어 FRB와 DFS로부터 12~18개월 단위로 주기적 감사를 받았다. 한국 유학생과 교포, 현지 고객 등을 대상으로 개인영업을 하고 있는 신한아메리카은행과 우리아메리카은행, KEB하나은행은 DFS와 연방 FDIC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미 금융당국의 감사 쓰나미가 들이닥치면서 한국계 은행들은 대대적인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개선에 돌입했다.

    농협은행은 새로운 거래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현지 감독기관의 조치사항에 대한 이행과 개선작업을 벌였다. 신한아메리카은행 역시 거액을 들여 새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 현재 시스템 안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들의 미국 점포 순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선투자’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선진화된 자금세탁방지와 내부통제, 컴플라이언스를 경험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초석이라고 본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금세탁방지와 컴플라이언스를 손보면서 은행들은 최근들어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DFS의 평가기준은 크게 6가지로 각각 1~5등급까지 메기는데 이중 한가지 기준에서라도 3등급 이하의 등급을 받으면 추가 지점신설이 어렵다.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종합등급에서 2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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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바라보는 美진출 韓은행, 미국 현실 온도차

    국내에서 미국에 진출한 은행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려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 현지상황을 보면 그렇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융당국의 감사시스템은 금융사에 제재를 부과하기 전 협상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DFS가 A은행에 100억원의 벌금을 예고하면 A은행의 수뇌부들은 DFS관계자들과 수차례 미팅을 갖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최종 제재수위가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은행 수장의 은행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역할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DFS와의 친밀한 관계유지도 필수다. 국내 은행장들이 수시로 미국을 방문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미국 금융당국과의 교류를 위해서다.

    또 DFS가 벌금을 매길 때는 해당 은행의 영업규모를 감안해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프랑스 BNP파리바 뉴욕지점에 이란, 수단, 쿠바 등 국가와 대규모 금융거래를 한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89억달러(한화 10조원)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은행의 고충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VS ‘美의 거래 투명성’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은행들이 가장 애를 쓰는 부분은 송금거래의 투명성이다.

    미국서 영업을 하는 한국계 은행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송금거래 정보와 국내은행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격차로 이상거래 탐지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국내은행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해외로 돈을 보내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이름과 생년월일, 주민번호 정도로 제한적으로 보낸다.

    반면 미국은 이 거래가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거래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보내는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여기서 오는 격차 때문에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한국계 은행들은 고객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아메리카은행을 제외하고는 신한아메리카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은 사실상 송금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은행입장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다른 메이저 은행에게 뺏긴 셈이다.

    거래 정보 부족으로 자칫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느니 송금거래를 잠정 중단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은행들의 또 다른 고충은 미국에서 딜소싱(투자처 발굴)을 하더라도 본국의 인수심사가 늦어져 적기에 좋은 투자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나 여신과 관련한 최종결정을 본국(한국)에서 하는데 본국의 인수심사가 시간이 오래 걸려 제때에 투자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서 투자결정을 할 수 있는 데스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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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금융 강점 살려 영업 새판짜기 돌입

    국내은행들은 미국시장에서 생존하기위해 틈새시장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지역이나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하는 식이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부동산PF나, 발전소 등 투자처를 찾아 적기에 투자하기 위해 IB데스크도 신설하고 있다. IB데스크는 투자처 발굴과 본국의 심사지원, 투자사후관리, 현지 동향 등을 파악한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M&A도 물색하고 있다.

    현지 로컬 은행을 인수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미국시장에서 규모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또 양키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 등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해 본점 차입 비중을 줄여 조달금리를 낮추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사들이 차지하는 포지션이 적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