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실상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공식화함에 따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저렴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로또아파트'를 양산해 투기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주택공급이 중단돼 향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폭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 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도입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민간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일부 부작용도 우려되는 대책이어서 '역대급' 부동산 규제정책을 써온 이 정부에서도 손대지 않았던 카드다.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최근 집값이 반등하며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1년간의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12.5%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HUG를 통해 분양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강남 재건축 단지나 여의도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을 할 경우 현 시세 기준으로 3.3㎡당 6000만∼7000만원대 분양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HUG가 요구하는 3.3㎡당 4500만원에 비해 상당한 격차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HUG 산정액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 인하 효과는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주변 시세보다 싼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늘어나 청약과열이 나타날 수 있다. 당첨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에 투기과열 현상이 불거질 수 있다.
올 들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위례신도시 등 일부 공공택지에서는 여전히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마저 금지돼 있어 돈 있는 현금 부자들이 강남의 로또 아파트를 독차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 따른 집값 안정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신규 분양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일반 주택가격까지 낮아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실시됐는데 3년 만에 민간아파트 공급이 13만 채 이상 급감한 적이 있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금을 얻어야 하는데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자체사업을 통해 민영 택지를 조달해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재건축을 비롯한 민간 택지내에서는 주택사업 추진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요 초과 상태인 서울에서 주택공급이 중단되면 집값이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