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1차 수정안… 9570원 vs 8185원공익위원, 사실상 한 자릿수 인상률 요구임금인상률 전망치 고려시 4%대 인상 예상
  • ▲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연합뉴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사 간 견해차가 여전해 올해도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한번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암시함에 따라 인상률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4%대 인상률로 8600원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1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9일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적어도 11일까지는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는 10일 각각 9570원(14.6% 인상)과 8185원(2.0% 인하)을 1차 수정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견해차가 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날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내놓고 표결을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심은 심의촉진구간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쏠린다. 공익위원은 전날 심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근로자위원에게 한 자릿수 인상률, 사용자위원에게 동결 이상의 인상률을 각각 2차 수정안으로 내달라고 권고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사실상 0~9%대로 제시한 셈이다. 공익위원은 공식적인 심의촉진구간은 아니며 공익위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사가 공익위원 권고를 따라 2차 수정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전날 근로자위원은 공익위원이 권고를 물리지 않으면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용자위원도 인하안을 접을 수 없다는 태도다.

    일각에선 노사가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는 선에서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영계는 배수진으로 동결을 주장할 수 있는 만큼 1%대 인하(8250원), 노동계는 월급 환산액 195만원쯤인 9300원(11.7%)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도 격차가 1000원 이상 벌어진다.

    노사가 공익위원 권고를 따른다면 2차 수정안으로 경영계는 동결(8350원), 노동계는 9175원(9.9%)을 내놓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9175원은 2021년 1만원 달성을 염두에 뒀을 때 올해 인상분 825원을 반영한 금액이다.
  • ▲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노동전문가들은 결국 올해도 공익위원이 제시할 심의촉진구간에서 최종 수정안이 나오고 표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관건은 심의촉진구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일부 노동전문가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끝에 새롭게 물갈이된 공익위원이 올해 합의는 아니어도 최소한 파행은 막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그나마 온당하게 결정됐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할 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공익위원이 지난 2016년처럼 심의촉진구간을 다소 거칠게 잡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사가 심의촉진구간에 불만을 나타내 집단 퇴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공익위원은 인상률 3.7~13.4%를 심의촉진구간으로 설정했다. 2015년보다 3배 이상 넓었다.

    소상공인업계에선 노동계가 대정부 투쟁 동력을 얻고자 막판 퇴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노동계가 퇴장한다면 경영계 최종 요구안과 공익위원 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일각에선 공익위원이 4%대 초반의 인상률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기대보다 빠르게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의사도 몇 번 밝혔다"면서 "최저임금이 시장 수용성 있게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시장 수용성과 합리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가 말한 합리성을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깎이거나 동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인하나 동결이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물가 인상과 저임금 노동자를 고려한 최저임금제도 취지를 생각할 때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열쇠는 시장 수용성이다. 일각에선 공익위원이 2016년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할 때 참고했던 노동 통계 지표를 참고할 수 있다고 본다. 당시 공익위원은 하한 시급으로 100인 이상 기업의 협약임금인상률과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인상 전망치를 참고해 그 중간값을 활용했다. 이를 올해도 적용하면 하한 시급 인상률은 4.15%쯤이다. 내년 최저임금 하한이 올해보다 340원쯤 오른 8690원선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