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 자회사 편입AI 등 기술 접목… 휴머노이드 개발엔비디아·테슬라 등과 경쟁… 1650억달러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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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낸다. 고성장이 전망되는 로봇 시장에서 기술력을 선제 확보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들 또한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향후 로봇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31일 삼성전자는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틱스의 지분을 35%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8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갖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보유 중인 콜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새해 첫 지분 투자대상으로 낙점하고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지 2년 만이다.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협동로봇, 다족보행 로봇 플랫폼 등 로봇에 들어가는 모든 시스템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0.22%를 590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같은해 3월 278억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콜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최대 59.94%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삼성전자는 이날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한다고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시너지를 강화해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로봇 사업과 개발 리더십 강화를 위한 두 회사 간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키로 결정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해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삼성전자가 로봇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육성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2021년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시작으로 로봇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한종희 부회장이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사업”이라면서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첫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을 선보였고, 올해 1월에는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에 대한 투자도 단행했다. 인공지능(AI) 가정용 로봇인 ‘볼리’도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이다.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로봇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내년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의 최신 버전 ‘젯슨 토르(Jetson Thor)’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젯슨 토르는 로봇의 AI 작업을 수행하는 소형 컴퓨터다. 엔비디아의 로봇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발됐는데, 로봇 및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차세대 성장 동력 분야인 로봇 분야의 플랫폼을 선점하고, AI 칩 제조업계의 경쟁 격화 등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엔비디아 외에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로봇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는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AI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도요타와 협력하고 있다.최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며칠 전 세계 최고 갑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앞으로 힘써야 할 분야는 자동차가 아닌 다기능 로봇이라고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파른 임금상승 등에 따라 고성장이 전망돼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에 따르면 현재 780억 달러(한화 약 114조5000억원) 규모인 세계 로봇 산업 규모는 2029년 말 1650억 달러(약 242조2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시장에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로봇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물론 북미 시장 진출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빅테크 기업이 로봇공학·자동화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창업 생태계와 자본 접근성이 뛰어나 로봇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산업용 로봇 등 각종 로봇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엔 자국 우선주의 등과 맞물린 미국 중심의 생산기지 이전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로봇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