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키운 로컬라이저… 국토부 "규정 맞게 설치"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되는 둔덕형의 '방위각표시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규정을 준수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3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된 장비나 장애물에는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항안전운영기준과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은 구역 내에만 적용된다고 했다.

로컬라이저는 안테나의 일종으로 계기착륙유도장치 중 하나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250m 떨어진 비활주로에 콘크리트와 흙으로 방호벽처럼 만든 2m 높이의 기초 구조물 위에 설치돼 있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비상 상황에서 동체 착륙하고 활주로를 질주하다가 로컬라이저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반파되는 동시에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

이에 로컬라이저는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토부 예규 항공장애물 관리세부지침 제23조 3항은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해, 무안공항이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지상파 방송에서 "원래라면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됐다. 여객기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 기체 손상이 거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돼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하는 것은 23조 1항에 따라 착륙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의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제규정(Doc 9137-AN/898 Part 6)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고도 했다. 다만,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지지하는 구조물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행안전무선시설의 설치 및 기술기준'에는 로컬라이저의 주파수와 신호세기 등에 관해서만 규정돼 있고, 안테나 지지 구조물의 높이나 재질 등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규정에선 로컬라이저까지 종단 안전 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공항·비행장시설 설계 세부 지침' 제18조는 정밀 접근 활주로에서 계기착륙장치(ILS)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 되고,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21조 4항도 정밀 접근 활주로의 경우에는 방위각제공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해당시설과 이번 사고의 관련성에 대해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종합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