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 속 후속대책도 차질 우려예산 삭감에 재해·재난 적시 대응 '비상등' 목적예비비 규모는 줄고 사용처는 늘어나여당은 물론 야당서도 비판 "예산 깡패질"
  • ▲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 당국이 착륙 도중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 화재 현장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 당국이 착륙 도중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 화재 현장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국정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벌어지며 연말연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형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대통령실과 총리실 기능이 탄핵 여파로 마비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비비를 2조원 넘게 삭감한 상태여서 향후 여객기 참사 후속조치에 대한 적시 대응에 비상등이 켜졌다. 

    30일 정부 안팎에서는 야당의 줄탄핵과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통과 등이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7일 권한대행을 맡은 지 단 이틀 만에 여객기 참사 수습의 총책을 맡으며 시험대에 오른 최 권한대행은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맡으며 1인 4역을 수행하게 됐다. 경제 사령탑으로 재난 대응 경험이 전무한 최 권한대행이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경제 사령탑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재난 대응까지 총괄해야 해 국정 공백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최악의 참사다.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기엔 승객 175명, 객실 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최 권한대행은 항공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을 2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복구비를 국비로 지원할 수 있고 유가족 위로금과 부상자 치료비 등도 제공된다. 이를 위해 정부 예비비도 투입된다. 

    예비비는 재해·재난 대책, 원화 부족 보전, 국제 부담금 등 사용 목적을 정한 목적예비비와 그 외 임시 용도로 사용되는 일반 예비비로 나뉜다. 기재부는 올해 대형 재해·재난이 없어 예비비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내년 예비비 예산이다. 

    예비비는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이 삭감됐다. 이 중 목적예비비에서만 1조원 삭감됐다. 이에 당초 목적예비비로 배정된 2조6000억원이 중 1조6000억원만 남았다. 

    민주당의 몽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예산총칙을 고쳐 총 1조6000억원의 목적예비비 지출 항목으로 고교 무상교육 약 9500억원, 5세 무상교육에 약 2680억원 등을 끼워넣었다. 목적예비비의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76%나 교육에만 쓰도록 한 셈이다. 

    예비비 삭감을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물론 야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예비비의 경우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해 2014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며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재난·재해·감염병 발생,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복지 분야 의무지출 부족 등 민생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비상 상황이 오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무책임한 항전과 다름없다"며 "한마디로 예산 깡패질"이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비판은 현실화됐다. 최근만 해도 기습 한파와 폭설로 인한 농업 부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에 내년도 예산으로 146억원을 요구했으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내년도 예산 협의를 통해 예비비를 배정받을 계획이다. 예비비는 반토막이 난 반면 무상교육 재원 등으로 사용처는 되려 늘어나면서 실질적 재해·재난대책비는 축소돼 대응에 공백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 수습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조동준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주당 주도의 예비비 감액 규모가 커 재해·재난 대응에 긴급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재해·재난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만큼 신속 대응이 중요한데 민주당 줄탄핵 속 내년도 예비비까지 일방적으로 삭감해 어려움이 큰 상황" 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 민주당은 "조사 기간이 통상 최하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돼 당장 예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참사임이 확인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력 충원 예산 등은 추경 편성 등을 통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