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위원만 동결 주장…나머지 6人 의견일치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기준금리 0.25%p 하향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8일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8일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한국은행이 3년 만에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듯 금통위원 7명 중 6명이 한 뜻을 모았다. 

    그만큼 국내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졌고,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금통위 결정에 대해 이일형 위원이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1.5%로 조정했다. 금리 인하 조치는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금통위원 중 이일형 위원만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낸 것은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2~3명 나올 가능성을 유력하게 봤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상황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일형 위원은 금융안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춰온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때 4연속 인상 소수의견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는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감을 크게 내비쳤다. 당시 그는 "가계부채 등 지표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속도는 확실히 줄었다"면서도 "불균형 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은 만큼 안전지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GDP 대비 비금융기관의 금융부채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누증 가능성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며 "대출뿐만 아니라 보증, 금융상품, 직접금융 등 다양한 경로로 금융기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신중론을 예상한 것도 금융불균형 영향이 크다. 금리 인하는 둔화 중인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매우 나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이달 말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한 상태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최근 한두달 간 경제여건은 예상외로 빠르게 비관적으로 변화한 측면이 있다"며 "성장세와 물가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보여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고, 연준의 통화정책이 큰 폭으로 바뀌는 점,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까지 대외여건 변화가 빠르다"며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정도로 완화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