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평사 무디스 '투자적격' 평가신성장동력 자리매김… '장기부진' 플랜트 대체"부문간 협업체계 구축 등으로 디벨로퍼 기회 확대"단순 시공 넘어, 미래먹거리 착착… 이해욱 회장 '진두지휘'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대림산업이 국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대림이 글로벌 에너지 디벨로퍼로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평가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나아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플랜트 부문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9일 대림산업은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로부터 투자적격에 해당하는 'BBB' 신용등급을 부여 받았다고 밝혔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S&P는 "건설과 석유화학의 우수한 시장 지위와 안정적 영업실적 및 현금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꾸준히 개선돼 왔고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최근 무디스(Moody's)'도 대림에 대해 투자적격 등급인 'Baa2(안정적)'로 평가한 바 있다. 무디스는 "대림산업은 한국 건설 산업 내 우월적 지위와 석유화학사업 영위를 통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로 견고한 수익성과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러한 강점은 경기변동성에 대한 강력한 완충재"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림은 세계 양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적 안정성을 인정 받게 됐다. 국내 건설기업 가운데 국제 신용등급을 획득한 것은 대림산업이 유일하다.

    대림산업은 이번 투자적격 판정으로 해외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한편,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시 금리우대 등 격상된 지위를 얻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성장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3세 경영' 체제가 막이 오를 당시부터 에너지 디벨로퍼의 역량을 강화를 강조해 왔다. 대림산업을 본격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시점에서 글로벌 디벨로퍼 도약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해욱 회장은 2015년 "지난해 포천복합화력발전소의 조기 준공과 상업운전에 성공했고, 호주 밀머란 석탄화력발전사업에도 운영주체로 참여했다"며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디벨로퍼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발전·유화를 포함한 사업 부문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역량 학보, 국가별 마케팅 추진, 시장 분석기능 강화를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개 기업이 신용평가를 받을 때는 평가기관에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등 기본적인 자료 외에 주주명부 및 경영진 이력서 등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대표이사의 확인서가 필수다.

    대표이사 의지까지 포함된 적극적인 스탠스는 기존 EPC 중심에서 벗어나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시공 중심의 건설업에서는 국제 신용등급까지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신용등급의 활용도가 떨어지는데다 글로벌 디벨로퍼로서의 세계적 신용도 파악과 국내외 자본시장 신인도 상향을 위해 신용평가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 대림산업이 여수산업단지에서 운영 중인 연산 20만톤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대림산업
    ▲ 대림산업이 여수산업단지에서 운영 중인 연산 20만톤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대림산업

    게다가 최근 대림산업은 공사를 수주해 설계하고 시공하는 건설회사에서 프로젝트 자체를 발굴해 시공부터 운영까지 총괄해 수익을 창출하는 디벨로퍼로 업역을 넓히고 있다.

    대림산업은 동남아시아,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시장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민자발전(IPP) 분야를 중장기 전략으로 설정했다. 2013년 민자발전을 담당하는 대림에너지를 설립했고, 그 해 호주 퀸즐랜드주에 속한 퀸즐랜드 851㎿ 밀머란 석탄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국내 1.6GW와 칠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요르단 등 개발도상국가 뿐만 아니라 미국과 호주와 같은 선진 시장 등 총 6개국에서 3.8GW 발전소를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화력발전을 비롯해 바이오매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다양한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림에너지는 그룹의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인 발전·에너지 분야의 디벨로퍼로, 국내외 발전사업 개발을 통해 사업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현재 공사 중인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발전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며 글로벌 에너지 분야에서 대림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실제 대림산업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폴리부텐 공장 운영 사업을 위한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아미랄(Amiral)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2022년 착공해 2024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폴리부텐은 윤활유 및 연료첨가제 제조는 물론, 접착제와 건설용 접착 마감재 등 다양한 사업에 사용된다. 대림산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공장에서 범용 폴리부텐과 고반응성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 기술을 적용해 연간 8만톤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공장을 건설,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대림산업은 연간 33만톤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다. 35% 이상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4월에는 미국 미시간주 남부 나일즈(Niles)에 건설되는 1085㎿급 LNG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2022년 3월 상업운전에 돌입하게 되며 이후 35년간 미국 최대 전력계통 운영기관인 PJM에 전력을 공급,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대림에너지는 지분가치(4억6000만달러)의 30%인 1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대림에너지 창사 이래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나머지 지분은 한국남부발전이 50%, 인덱이 20%를 각각 투자한다. 또 이들은 3분의 1씩 출자해 나일즈 관리 법인을 설립, 나일즈 발전소 운영 및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 ▲ '산타로사 태양광 발전소' 전경. ⓒ대림산업
    ▲ '산타로사 태양광 발전소' 전경. ⓒ대림산업

    실제 상업운전에 들어간 케이스도 있다.

    지난해 12월 사업권을 인수한 칠레 태양광 사업 중 하나인 산타로사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가 지난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대림에너지는 칠레 중북부에 걸쳐 9㎿급 태양광 발전소 12개를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칠레의 분산 전원 정책에 따라 해당 지역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며 생산되는 모든 전력을 정부가 구매한다. 대림에너지는 상업운전 이후 25년간 발전을 통한 매출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따른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추가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대림에너지가 5000만달러를 투자해 단독 추진하는 것으로, 기술 및 경영지원 계약을 통해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총 사업비는 1억8000만달러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태국 PTT글로벌케미칼의 미국 자회사인 PTTGC America(지분구조 50대 50)와 미국 석화단지 개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양사는 연간 150만톤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본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추진이 최종 확정될 경우 장기적으로 석화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사업변동성을 완화하고 수익창출력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가속화되고 있는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전환이 부진의 늪에 빠진 플랜트 부문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플랜트 부문은 2013년 4분기 3970억원 손실을 시작으로 올해 1분기까지 총 89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택사업 부문이 호황을 맞으면서 총 매출은 10조원대 안팎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불황기가 찾아오면서 플랜트 부문 부진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보이자 이를 신성장동력인 에너지 개발사업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앞서 대림산업은 창사 이래 첫 무급휴가, 희망퇴직 등을 실시한 바 있으며 플랜트 부문 인력을 인천송도로 이전시키려는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석유화학사업부 직원 수가 2017년 603명에서 2018년 642명, 2019년 1분기 660명으로 지속 증가한 반면 플랜트 사업부 직원은 같은 기간 1941명에서 1374명으로 567명이 줄어들었다. 이 기간 대림산업 전체 직원 수가 7619명에서 6868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플랜트 부분의 감원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굵직한 플랜트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여건 상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조금 더 가능성이 높고, 전망도 낙관적인 개발사업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라며 "신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주택 부문과 플랜트 부문의 유휴인력 순환 차원에서도 또 다른 사업이 필요한 만큼 개발사업의 비중이 차츰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부문 매출액은 2016년 61억원에서 지난해 860억원으로 14배가량 급증했으며 1분기 기준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77.6%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