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완성차 업계가 임단협 시즌을 맞아 하투((夏鬪)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주요 완성차 노조들이 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수순에 돌입하고 있어서다.
내달 초가 완성차 업체들의 하계휴가 기간인 것을 감안하면, 노조의 투쟁은 8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개선 조짐이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4일 인천시 부평공장 한국지엠 복지회관에서 간부합동회의를 열고 '노동쟁의 발생 건'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늘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현대차도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137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참석한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지난 22일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마친 현대차 노조는 이달 29~30일 열리는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향후 투쟁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사측과 교섭결렬을 선언하며 파업권 확보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23일 경기 광명시에 있는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10차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내달 초까지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마친 뒤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모두 7월말, 8월초부터 하계휴가에 돌입한다. 한국지엠은 이달 29일부터, 현대·기아차는 8월 5일부터 휴가가 시작된다. 휴가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들의 투쟁은 휴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중노위에 신청한 조정중지도 8월 중순 전에는 결론날 것으로 보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어김없이 시작된 하투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8249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실적 호전을 이뤄냈다. 환율 효과가 크긴 하지만,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으로 2분기엔 1조237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7분기만에 1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하반기 실적 호조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상황은 더 좋았다. 1분기 5941억, 2분기 5336억원 등 상반기 전체 1조 12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3% 대폭 늘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도 베뉴, 팰리세이드 수출과 신형 쏘나타 풀라인업 구축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 첫 SUV인 GV80 출시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아차 또한 최근 선보인 셀토스와 함께 모하비 후속, K7 페이스리프트 출시로 판매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텔루라이드는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8만대까지 늘려 수익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하반기 신차 효과를 앞세워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려는 현대·기아차에게 올 여름 노조의 파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인기 차종인 팰리세이드의 출고가 늦춰질 경우, 이로 인한 손실은 곧바로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신형 쏘나타 등 흥행 가도를 이어가는 모델 판매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수 전문가들이 현대·기아차의 하반기 최대 리스크는 중국, 미국 판매 부진도 아닌 노조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내달 완성차 노조들의 투쟁 수위가 하반기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대차의 경우,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효과로 분위기가 좋은데 노조 파업으로 상승세가 크게 꺾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