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9~30일, 기아차 30일, 현대제철 29~31일 파업 찬반투표금주 내 투표결과 모두 나와…하계휴가 이후 투쟁방침 결정될 전망양사 노조, 실적 개선세 이어가려는 현대·기아차에 발목 잡을 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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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그룹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파업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들 3사가 오늘부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하며, 그 결과에 따라 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기아차는 30일, 양사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29~31일 찬반투표를 벌인다.

    현대·기아차는 찬반투표에 대한 결과가 도출되는대로 하계휴가 이후 투쟁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중지를 신청한 현대·기아차는 중지가 받아들여지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양사의 파업찬반 투표에 대한 결과는 30일 저녁 늦게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이들보다 앞서 지난 22일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과를 받았다. 따라서 31일 끝나는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3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현대차그룹 내에선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가 나오면 계열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3사 노조 모두 각자도생으로 강경투쟁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5지회가 뭉치면서, 사측에 대한 투쟁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는 '쇳물에서 완성차까지'를 모토로 한 현대차그룹 전체의 파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쟁의행위에 제철마저 더해진다면 3사 모두가 파업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3사 모두 노사간 의견차가 커, 쉽사리 결론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1526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안과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늘리는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다.

    기아차 또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이 기본급 3만8000원 인상, 성과급(기본급의 150%+17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아직 제대로 된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5차례 교섭자리가 마련됐지만, 실무교섭을 주장하는 사측과 본교섭부터 진행하자는 노조의 요구가 배치되며 사측이 불참을 이어오면서다. 결국 중노위가 본교섭 전 조정중지를 결정하면서 회사 전체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파업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2분기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실적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차는 2분기 환율 효과와 함께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으로 1조237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7분기만에 1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하반기 실적 호조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상황은 더 좋았다. 1분기 5941억, 2분기 5336억원 등 상반기 전체 1조 12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3% 대폭 늘었다.

    제네시스 GV80과 모하비 후속 등 신차 출시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려는 현대·기아차에게 올 여름 노조의 파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면도 "최근 현대·기아차의 상황이 좋지 않아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금전적인 부분은 들어줄 수 없다 했기에 노조 집행부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너무 강성으로 나가면 소비자나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적당히 끝내면 노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노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