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보행로봇 운영… 주문·서빙 완전자동로봇이 점원 두 명 대체… '요리봇'도 개발 착수IT+외식업 '푸드테크' 지향… 美 UCLA 협업 등 기술혁신 박차
  • ▲ 배달의민족 로봇식당 '메리고키친' 내부 ⓒ 박성원 사진기자
    ▲ 배달의민족 로봇식당 '메리고키친' 내부 ⓒ 박성원 사진기자

    바야흐로 ‘무인(無人) 점포 시대’가 개막됐다. 요즘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선 점원 대신 키오스크가 손님을 맞는다.

    24시간 주인 없이 운영하는 편의점과 노래방 등 무인점포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가까운 미래 매장에 접목될 IT기술이 고객들에게 성큼 다가왔다.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23일 서울시 송파구에 개장한 ‘메리고 키친’이 바로 미래형 식당이다. 식당에선 주문과 서빙 등 조리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자율주행 로봇이 담당한다.

    메리고키친은 배민이 선보인 첫 번째 ‘로봇식당’이다. 테스트 버전이 아닌 정식 매장으로, 운영은 일반 외식업주가 맡고 있다. 배민이 이탈리안 식당에 적합한 로봇을 점주에게 제안해 오픈한 매장이다.

    매장명 ‘메리고 키친’도 점주가 직접 지었다. 흥겨움을 뜻하는 영단어 메리(Merry), 생동감을 담은 고(Go)에 주방을 뜻하는 키친(Kitchen)을 더했다. 오픈 2주 차인 이 식당은 현재 SNS 등에서 동네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 '메리고키친' 주문 모습 ⓒ 박성원 사진기자
    ▲ '메리고키친' 주문 모습 ⓒ 박성원 사진기자

    착석하자마자 테이블 위 QR코드가 보였다. 배민 앱을 켜 QR을 스캔하면 동영상 메뉴판이 등장한다. 움직이는 파스타 면발과 스테이크 육질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원하는 메뉴를 장바구니에 담고 나면, 신용카드 등으로 앱에서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앱으로 주문을 마치면 주방으로 자동 접수된다. 주방에서 요리가 끝나면 서빙은 자율주행 로봇이 맡는다. 매장에 설치된 로봇은 두 종류다. 벽 전체를 둘러 떠다니는 레일 로봇,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보행 로봇 등 총 두 대가 움직인다.

    첫 번째 메뉴 샐러드가 레일을 타고 도착했다. 그릇처럼 생긴 로봇이 음식을 싣고 자기부상 열차처럼 달려온다. 주방 내 입력기에서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번호에 맞게 자동으로 서빙하는 방식이다. 음식을 받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유유히 주방으로 돌아간다.

  • ▲ 매장 내 설치된 레일형 로봇 ⓒ 박성원 사진기자
    ▲ 매장 내 설치된 레일형 로봇 ⓒ 박성원 사진기자

    두 번째 메뉴 파스타와 스테이크는 보행로봇이 서빙을 담당했다. 꼭대기에 달린 모니터가 나를 향해 웃어줬다.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수령’ 버튼을 누르니 옆 테이블로 배달을 간다. 보행 로봇은 한 번 입력에 네 테이블까지 서빙할 수 있다.

    화장실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보행로봇을 다시 만났다. 매장이 혼잡해 하마터면 몰라보고 부딪힐 뻔 했지만 로봇은 나를 단박에 인식했다. 자리에 멈춰서더니 “잠깐 길 좀 비켜주세요”라고 말한다. 부주의한 인간보다 판단이 빠른 로봇이라니 감동이다.

    메리고키친 점주는 “로봇 한 대가 직원 1.5~2인 몫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전 업장에선 직원을 4~5명 고용했다가 이번엔 2명 줄여 오픈했다”면서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엔 로봇이 직원 한 명을 더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뜸한다.

  • ▲ 서빙 중인 보행로봇 ⓒ 박성원 사진기자
    ▲ 서빙 중인 보행로봇 ⓒ 박성원 사진기자

    ◇ “푸드테크가 외식업 미래”… 배민, 첨단기술혁신 박차

    배달의민족은 첨단기술을 외식업에 결합한 ‘푸드테크(food-tech)’ 기업을 지향한다. 서빙로봇 등 외식업 운영 효율에 기반한 기술 도입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메리고키친에 도입된 서빙 로봇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헛과 손잡고 선보인 ‘딜리 플레이트’ 등이 대표적 예다.

    배달의민족은 향후 로봇식당 컨설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식당 개점을 원하는 점주에게 메뉴에 특화된 로봇을 제안하고 매장을 꾸며주는 방식이다. 관련 사업은 사내 로봇·스마트오더팀 등 전담 부서가 지휘하고 있다.

    회사 밖 전문가와의 협력도 한창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말 미국 UCLA 산하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와 함께 요리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팀은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이끈다.

    코드명 ‘YORI(요리)’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레스토랑과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리로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제조업에 쓰는 공장용 로봇팔과 달리 음식 자르기, 팬 뒤집기 등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메리고키친을 시작으로 로봇식당 컨설팅 등 외식업 기술 혁신 관련한 사업을 적극 확장할 계획”이라며 “푸드테크 기업이라는 정체성에 맞춰 국내외 유명 연구진과의 기술 협력, 사업 투자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