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움직임 전부터 방일...잇따른 소재 이슈에 '현장경영' 광폭 행보소재 이슈 확대로 반도체 생산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챙겨EUV-폴더블폰 소재 제한으로 '미래사업 정조준' 당한 삼성의 위기감
  • ▲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일본이 지난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오는 28일부터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키로 했다.

    1차 수출 규제에 앞서 일본에 직접 방문해 현지 거래선들을 만나는 등 발빠른 현장 경영을 보여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에는 일본의 보다 강도 높은 소재 공급망 차단에 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을 찾았다. 특히 일본이 '삼성의 미래'라 불리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극자외선(EUV)용 소재에 위협을 가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오전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전자 온양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후공정 시설을 둘러보고 함께 방문한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들과 논의하는 등 사업장 점검에 나섰다. 이날 생산시설을 둘러본 이 부회장은 사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에는 인근 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 방문했다. 천안캠퍼스는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곳으로, 이 부회장은 이날 사업장에 방문해 직접 방진복과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라인으로 들어가 직접 점검을 했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백홍주 TSP(Test & System Package)총괄 부사장 등 반도체 부문 경영진들이 함께 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앞서 일본이 잇따라 내놓은 반도체 소재 수출 관련 규제와 맞물려 본격적인 해결책을 주문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국내 생산 현장에 방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번 온양과 천안 사업장 방문에 이어 메모리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평택 사업장과 기흥 파운드리 사업장, 아산 탕정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사업장 등을 추가적으로 더 둘러보며 삼성그룹의 전자사업 전반을 살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무엇보다 일본이 시시각각으로 수위를 높이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에 즉각 대응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 일본이 처음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한국 수출을 사실상 막은 직후에도 이 부회장은 가장 먼저 일본으로 달려간 대표적인 경영자다.

    이 부회장은 일본으로 넘어가 현지 거래선들을 만나고 정치권과 금융권의 동태를 파악하고 국내로 넘어 온 직후에도 긴급 회의를 소집해 최고경영진들과 대책 마련을 시작하는 등 이른바 '스피드(Speed)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이다. 이번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 나온 지난 2일에도 즉각적으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현장 점검 일정을 정하고 대응책을 논의했을 정도로 삼성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삼성이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일본발(發) 소재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일본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미래이자 한국 반도체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 'EUV'를 집중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EUV는 삼성이 향후 220조 원을 들여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키로 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적용되는 최신 공정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로까지 한국 반도체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문제는 여기에 일본산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포토레지스트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으로 인정받는 첫 폴더블(foldable)폰 '갤럭시 폴드'에도 일본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폴더블폰의 핵심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삼성이 향후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일본의 집중 타깃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이슈가 당장 삼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더라도 삼성의 미래를 저격했다는 점에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문제 해결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