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노 기존 로드맵 유지"최첨단 공정 경쟁보단 내실에 초점메모리-파운드리-어드밴스드 패키지로 맞춤형 대응"AI 고객 니즈에 적합한 GAA 노하우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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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1나노대 양산에서 기존 일정을 유지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앞서 TSMC가 오는 2026년부터 1.6나노 공정을 시작으로 1나노대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은 지난해 밝혔던 일정대로 오는 2027년 안정적인 양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삼성전자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하고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반도체업계가 이날 행사에서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삼성이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인 1나노대 양산 시기를 앞당길지 여부였다. 앞서 지난 4월 TSMC가 오는 2026년 1.6나노 양산 시작해 기존 계획보다 1나노대 진입을 1년 앞당기면서 삼성도 이에 대적할만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하지만 이날 삼성은 TSMC와의 양산 속도 경쟁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밝혔던 로드맵대로 1.4나노 제품 양산 시점을 그대로 3년 뒤인 2027년으로 유지했다.다만 TSMC도 1.4나노 양산 시점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2027년을 내다보고 있다. 2나노를 내년 양산하고 1.4나노를 2027년 양산하는 계획에다 1.6나노를 추가해 1나노대 진입 시기를 2026년으로 1년 당긴 것이다.삼성은 이번 파운드리 포럼에서 TSMC처럼 1.6나노로 1나노대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업계에서는 삼성이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에만 매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만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객군을 확대하는데 더 초점을 뒀다는 평이 나온다.삼성은 2년 전 3나노 양산에서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지만 이후 수율과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고전해왔다. 3나노 이하 기술에서는 '최초' 타이틀 보다는 내실을 갖추는데 집중하겠다는 변화된 기조가 감지된다.삼성은 이날 파운드리 포럼 2024 행사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만의 원팀(One-Team) 협업 구조를 전면에 제시하며 AI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턴키' 서비스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삼성의 이 턴키 서비스를 활용하는 팹리스 고객은 각각의 업체를 사용할 경우에 비해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3나노 최초 개발 이후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사업부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요가 감소했고 실적부진이 이어졌지만 연간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키웠다.KB증권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수주 규모는 16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고객수도 2022년 100개에서 2023년 120개, 2026년 169개, 2028년 210개로 추정된다. 6년 만에 고객수가 2배 이상으로 느는 셈이다.3나노 공정에서 첫 선을 보인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기술도 삼성 파운드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이날 파운드리 포럼에서 "업계 전반에서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GAA 공정을 2022년 6월 최초 양산한 3나노 공정부터 적용해 풍부한 양산 경험을 쌓아왔다"며 "AI 시대에 고객 니즈에 적합한 선단 GAA 공정을 제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밝혔다.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은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기술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65.3%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인 12.9%의 5배 이상이다.삼성전자는 "현재 안정적 수율로 GAA 기반 3나노 1세대(SF3E)를 양산 중이며, 2세대 공정(SF3) 역시 SF3E 양산 경험을 토대로 차질없이 개발해 하반기 양산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