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 칩 '루빈' 공개'HBM4' 12개 탑재 공식화당분간 '엔비디아 천하' 불가피SK하이닉스 주도권 속 삼성은 HBM4로 승부수
  • ▲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반도체 칩 '루빈(Rubin)'을 공개하며 왕좌 굳히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HBM4' 탑재가 공식화되며 차세대 HBM 시장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흘러갈 분위기가 역력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내년에 선보일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 세부 사양을 일부 공개했다. 루빈은 올해 선보이는 '블랙웰'의 다음 버전으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이 자리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1년 가량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루빈에는 6세대 HBM인 'HBM4'가 탑재된다고 이날 공식화됐다. HBM4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제품으로 내년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3사는 현재 5세대 HBM인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시작하는 단계다.

    특히 고성능 AI칩인 '루빈 울트라'에는 HBM4가 12개 탑재된다. HBM이 12개나 들어가는 것은 엔비디아 칩 사상 최초다. 기본 루빈 제품에는 HBM4 8개가 들어간다. 6세대 HBM부터는 HBM 수요가 대폭 확대될 수 있어 메모리 3사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초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과 양산 시점을 2년 뒤인 오는 2026년으로 잡고 진행하고 있었지만 최근 이를 내년으로 앞당기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국제메모리워크숍(IMW 2024)'에서 SK하이닉스는 "HBM 1세대가 개발된 후 2년 단위로 세대가 발전해왔지만 HBM3E부터는 1년 단위로 세대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내년에는 HBM4를, 2026년에는 7세대인 HBM4E를 개발한다는 새로운 로드맵을 시사했다.

    이처럼 1년 주기로 앞당겨진 HBM 개발 로드맵은 무엇보다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요청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신제품 개발 주기를 앞당기면서 HBM 3사도 최신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을 내놓는데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기존 2년이었던 자사 AI 반도체 칩 개발 주기를 1년으로 축소하는 방향을 굳히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암페어 구조의 'A100'을 시작으로 한 A시리즈와 2022년 호퍼 구조의 'H100' 등 H시리즈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블랙웰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 블랙웰 신제품을 공개하고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이 시작되는 패턴을 감안하면 루빈도 내년 말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엔비디아가 2년에서 1년으로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이에 맞춰 HBM 기술 개발도 진행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시장 구도 또한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천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이 한창인 상황이지만 엔비디아가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면서 기술 우위를 계속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벽을 높이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미 엔비디아에 오랜 기간 HBM을 공급해온데다 올해 HBM3E 공급까지 확정지은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올해에 이어 내년 HBM 생산분까지 모두 완판"이라고 자신한 것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공급 구조가 기반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확정짓지 못한 삼성 입장에선 차세대 루빈 제품에 HBM4를 탑재하기 위해 전력질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현재 HBM 전담팀에 4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뒤늦은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특히 HBM4 개발에 집중적으로 인력과 자원을 지원해 내년 HBM 시장 주도권을 뺏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HBM 경쟁력이 사실상 HBM4에서 부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삼성이 이미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대비 생산능력(CAPA)를 가장 크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기반으로 전작 대비 탑재량이 늘어나는 HBM4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란 시각이다.

    HBM에 명운을 건 메모리 3위 마이크론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마이크론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 비해 뒤늦게 HBM 시장에 진출했지만 비교적 빠르게 HBM3E 개발과 양산에 성공해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HBM 투톱을 넘어서기 위해 전력 효율이나 기능에서 우수한 성능을 내는데 초점을 두고 집중 투자에 나섰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