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컴퓨텍스서 "삼성 HBM 퀄 실패 아냐" 못박아…여전히 조율 중 상태 밝혀통과했다던 마이크론도 아직…하이닉스만 유일 통과 상태HBM 품귀 상황서 3사 모두 채택 유력…엔비디아 입만 바라보는 시장
  • ▲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유튜브 캡쳐
    ▲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유튜브 캡쳐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글로벌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의 황제로 떠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3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에 실패했다고 보도됐던 삼성은 젠슨 황을 통해 여전히 진행 중임이 확인됐고 오히려 엔비디아에 공급을 확정지었다던 마이크론도 삼성과 비슷한 처지임이 알려져 주목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HBM까지 품귀를 빚으면서 일찌감치 엔비디아 공급을 확정지은 SK하이닉스와 함께 삼성과 마이크론도 결국엔 나란히 공급사로 이름을 올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젠슨 황 CEO는 이번 컴퓨텍스 행사에서 단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4일 오후 그랜드 힐라이 타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특히 국내 반도체업계와 시장에선 그의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목받은 건 황 CEO가 삼성의 HBM 공급 관련해 했던 발언이다. 이날 자리에선 최근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삼성은 훌륭한 메모리 파트너(Samsung is excellent memory partner)"라고 운을 띄우면서 "세 파트너와 HBM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로 모두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세 기업 모두 우리에게 HBM을 제공할 것이고 그들이 자격을 갖추고(Qualified) 우리 제조 시스템에 최대한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삼성의 퀄테스트 실패 여부에 대해선 "(실패가) 아니다(No)"라고 단호하게 답하며 "실패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삼성과의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고 어제까지 끝내고 싶었지만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번 젠슨 황 CEO의 답변으로 삼성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 단계를 아직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공식화된 셈이다.

    반면 이미 엔비디아 퀄을 통과해 본격적인 공급 준비에 한창이라고 알려졌던 마이크론도 황 CEO의 발언으로 삼성과 마찬가지로 아직 퀄테스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황 CEO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제공한 HBM을 테스트 중"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당초 질문이 삼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마이크론도 테스트 중이라는 표현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선 마이크론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고 공급을 확정지은 것처럼 밝히면서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해 삼성을 앞서간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온통 삼성의 퀄테스트 결과에만 주목하고 있고 마이크론이 공격적으로 HBM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SK하이닉스와 함께 일찌감치 엔비디아 공급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면서 "젠슨 황 CEO의 발언에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SK하이닉스 외엔 확정된 곳이 없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컴퓨텍스 2024를 계기로 SK하이닉스만 엔비디아에 HBM 공급이 확정됐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러나 젠슨 황 CEO의 발언처럼 HBM 3사 모두 결국은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조만간 삼성과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와의 엔지니어링 조정을 통해 맞춤형 HBM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내년 엔비디아가 새롭게 선보이는 AI 반도체 '루빈(Rubin)'에 차세대 HBM인 'HBM4'가 탑재될 것이라 공표되면서 올해 HBM3E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 삼성, 마이크론 3사의 경쟁구도는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마이크론이 HBM3E 공급에선 뒤졌지만 HBM4에서 절치부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HBM4가 최대 12개까지 들어가는 루빈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한 물 밑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