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29일까지 짧은 방한 동안 레스토랑 둘러봐"미식보다 SNS용 사진 찍는 사람들 실망스럽다"한국 소비자들과 만나 "나는 요리사고, 요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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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리사고, 요리를 합니다."당연한 말이지만 요리사의 진심이 느껴진다. 한국을 찾은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가 한국 소비자들 앞에서 꺼내놓은 말이다. 어떠한 미사여구도 없었지만 그의 요리 앞에 앉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니에르 셰프는 뉴데일리경제와의 인터뷰에 이어,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에서 열린 피에르 가니에르 특별 초청 런치 행사에서 덤덤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냈다.지난 28일 오전 롯데호텔서울 이그제큐티브 35층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레스토랑에서 만난 가니에르 셰프는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전세계 요리계를 휩쓴, 거장의 첫인상에는 거추장스러운 격식은 없었다.가니에르 셰프는 전세계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주기적으로 둘러보고 메뉴 개발도 직접 챙긴다. 이번 방한 역시 이같은 이유다.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짧은 방한 일정을 마치고 29일 오전 베트남으로 향했다. 베트남에 있는 레스토랑을 둘러보기 위해서다.가니에르 셰프는 "현장 직원들과 메일이나 전화로만 상의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며 "올 때마다 메뉴를 같이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도 레스토랑이 가장 바쁜 겨울 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가니에르 셰프는 11년 전인 2008년 10월 롯데호텔서울에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오픈했다.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2015년 프랑스 미식 전문 매거진 ‘르 셰프(Le Chef)’에서 진행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뽑은 세계 1위에 선정된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의 국내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하기도 했다. 10년간 변화한 한국 식품 트렌드를 반영하고 그간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온 결과를 반영한 리뉴얼이다.가니에르 셰프는 "10년 동안 한국 소비자와 요리사들이 미식에 관심이 점점 많아졌다"며 "한국인들은 여행을 많이 하게 되면서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로운 요리, 레스토랑을 접하는 경험을 많이 쌓게 됐다는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그는 "롯데호텔 역시 10년 전에 비해 다른 국가에서도 많이 생겨났고, 그곳에서 최고 호텔로 평가받는 곳들도 많다"며 "한국 식음 트렌드도 많은 식당이 생기고 새로운 요리가 나왔고, 롯데호텔도 더욱 성장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가니에르 셰프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지만,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10년간의 노하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 다른 곳들과 다른 점은 모든 직원들이 경험을 갖춘 베테랑들이라는 점"이라며 "직원들이 모두 어떻게 일하는지 안다는 점에서 걱정 없이,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Relax)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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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생인 가니에르 셰프는 18세부터 조리사로 일하기 시작, 아버지가 운영하는 르 클로 프뤼리(Le Clos Fleury) 레스토랑에 몸담으며 본격적으로 요리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보다 창조적인 자기만의 요리를 선보이고자 하는 열망이 싹트면서 생테티엔(Saint Etienne) 지방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고, 미슐랭 3 스타까지 획득했다.‘신이 즐기는 요리’라고 불리는 가니에르 셰프의 요리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조리법과 독특하고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프렌치 퀴진(French Cuisine),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피에르 가니에르만의 철저한 서비스 매뉴얼(리셉션, 서비스테크닉, 음식과 와인의 완벽한 조화 등) 등을 중시한다.가니에르 셰프는 "요리라는 것의 의미는 고객들에게 행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으로 요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SNS의 발달로 요리가 요리 그 자체가 아닌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가니에르 셰프는 "요즘에는 고객들이 요리 자체, 미식보다는 사진만,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에 올릴 예쁜 사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보다 맛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실 가니에르 셰프는 데코레이션이라고는 전무했던 프랑스 음식 문화에 '데코레이션'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다. 그는 "40년 전, SNS가 있기 전에는 프랑스 요리가 '못생긴' 느낌이 있었다"며 "예쁜 색이나 모양이 없고 맛만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예쁜 모양, 색, 깔끔한 요리를 만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요즘은 너무 이미지만 생각하니까 (아쉽다). 지금은 맛과 비주얼의 밸런스를 맞춰 두 요소가 같은 레벨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니에르 셰프는 "그냥 '이 식당이 유명하니까 가야지'하고, 맛이 아니라 사진을 찍으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팔로우를 늘릴 수 있는지가 먼저라는 점이 실망스럽다"며 "너무 이미지만 생각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어떤 요리인지 관심이 없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가니에르 셰프는 한 국가에 방문할 때마다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당초 27일까지의 방한 일정이었지만 하루 더 있겠다고 말한 것도 가니에르 셰프다. 그는 관광보다 직원들과 있는 시간을 늘리고, 현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한 일정을 중시한다.이날도 가니에르 셰프는 인터뷰 후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런치 초청 행사에 참석해 한국 소비자들과 직접 만났다. -
가니에르 셰프는 한국 소비자들의 점심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식사 시간 틈틈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직접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가니에르 셰프는 창의적인 요리를 선도하는 데 영감을 어디서 얻냐는 한 소비자의 질문에 "인생 자체에 요리가 중심이다보니 일하다가 휴식할 동안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영감을 얻는다"며 "나는 요리사고, 요리를 할 뿐"이라고 답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그는 이어 "요리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요리에 중요한 것은 시간이고, 요리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익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리사는 늘 겸손한 자세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가니에르 셰프는 또한 한국에서 사용하는 허브 재료 중 어떤 것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직접 주방으로 향하기도 했다. 한국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직접 가져와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가 가져온 것은 바로 '무순'이었다. 실제 이날 가니에르 셰프가 선보인 요리에도 이 무순이 사용됐다.그는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에게도 계속해서 관심을 보였다. 아이에게 "맛있어요?"물으며 "손자 생각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이날 직접 본 가니에르 셰프는 요리가 단순히 음식을 넘어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임을 끊임없이 이야기 해주는 요리사였다. 모든 직원들과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에게 평생을 바쳐온 요리란 무엇이었을까."요리라는 것의 본질은 나눔"이라는 가니에르 셰프는, 음식이 아니라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요리계의 피카소', '식탁의 시인' 같은 수식어보다 와닿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