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신인석 금통위원 '금리 인하' 소수의견 제시경기부양 의지 드러내…완화적 통화기조 재차 강조"마이너스 물가 가능성…디플레이션 우려 상황 아냐"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달 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부양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소수의견은 통상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 조정 가능성이 큰 신호로 여겨진다. 조동철 위원은 지난 5월에도 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이후 7월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

    이주열 총재도 시장에서 추가 인하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금리 조정을 위한 통화정책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책금리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 높고, 현 금리 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정책여력이 충분하진 않다"면서도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 가능한 정도의 여력은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도 10월 인하론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내린 점을 고려해 경기흐름을 지켜볼 시간을 확보한 데다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올해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지 못한 채 악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에 많은 나라가 '자국 우선 원칙'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의 브렉시트 움직임, 유로존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책, 신흥국의 금융위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작용하고 있다"며 세계경제의 경기침체를 뜻하는 'R의 공포'가 확대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나라가 경기부진 타개를 위해 기준금리를 속속 내리는 가운데 한은도 연 1.75%에서 1.50%로 3년 만에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 

    다만 이 총재는 "통화 완화정도가 어디까지일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경제지표를 확인하면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탠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확대한 513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정부도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계획인 걸로 알고 있다"며 "통화정책도 재정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완화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에서 실효하한 근접치로 여겨지는 0%대로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실효하한은 통화정책 효력, 자금이탈 촉발 등 기준에 따라 다르고 다른 나라 정책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원론적으로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리는 건 신중할 수밖에 없고, 실효하한이 어느정도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서는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환율 변동이 직접적 고려 요인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향후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에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저물가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속되겠으나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폭염으로 크게 올랐던 농축산물 가격의 기저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0%대 내외로 상당폭 낮아졌다"며 "두세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말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가 반등하고 내년 초에 1%대를 나타낼 것"이라며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공급 요인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인 만큼 기조적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