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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보여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자동차업계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키며, 8년 만에 부문규로 교섭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전체 조합원 5만105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4만3871명이 투표에 참여해 2만4743명(56.40%)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여만에 올해 교섭을 매듭 지었다.
특히 노조가 교섭 기간 중에 파업 없이 무분규로 타결을 이뤄낸 것은 2011년 이후 8년만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대외적 경영여건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노사가 공감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음에도 파업 카드를 한번도 쓰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없이 교섭을 타결함으로써 예상되는 경제적 가치가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같은 현대차 노사의 행보는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현대차그룹 내의 기아차 노조도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교섭을 진행 중이어서 언제 파업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다. 게다가 노조의 차기 집행부 선거가 추석 연휴 이후 예정돼 있어 실질적인 협상은 차기 집행부가 꾸려진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때문에 그룹 계열사이자, 업계 맏형인 현대차가 무분규 교섭 타결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내면서 기아차 노조도 쉽게 파업 카드를 꺼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가장 위태로운 쪽은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8차 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여러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부분파업을 포함해 전면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약 1만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간 상견례가 지난 2일 이뤄졌다. 실무협상을 거쳐 향후 본교섭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임단협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컸던 만큼 올해는 노사 모두 교섭을 조속히 타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무분규 타결은 올해처럼 경영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기아차를 비롯해 한국지엠, 르노삼성 노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문을 내고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 및 수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현대차 노사가 파업 없이 무분규 합의를 도출했다”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노조의 자제와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한 몫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쌍용차 노사는 지난 8월 2일 10년 연속 무분규로 올해 임금협상을 일찌감치 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