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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스테인리스 제조사인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은 막힐 것인가. 청산강철과 국내 길산그룹이 손잡고 부산시에 스테인리스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협약 효력이 일단 30일로 종결됐다.
투자의향서에 대한 결정권을 쥔 부산시는 지역과 업계의 반발여론 악화를 의식해 최종 결정을 미룬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간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 철강사의 국내 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부산시의 결정만 기다려왔다.
양사의 MOU효력은 끝나면서 외견상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은 무산된 상태다.
당초 부산시는 신규 투자에 따른 경제효과를 고려, 이들 투자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하지만 포스코, 현대 BNG스틸 등 국내 철강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현재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최종 결정권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다. 오 시장은 현업으로부터 국내 철강사들의 반발 분위기에 대해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산강철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며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 지는 현재 알수 없다. 다만 실무자로서 국내 철강사들 입장에 대해 오 시장에게 충분히 전달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1위 스테인리스 파이프 제조사인 길산그룹은 중국 청산강철과 50대 50 지분 투자로,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순 중국 현지에서 투자 관련 MOU를 체결했으며, 5월 말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 부산시는 길산그룹 및 청산강철 간 MOU를 체결하려 했으나 업계의 강한 반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지역과 철강업계 반발감은 매우 거세다. 지난 24일 부산시청 앞에서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현대비앤지스틸지회 소속 노동자 400여명 모인 가운데 '부산시 중국 청산강철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신설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청산강철과 길산그룹의 국내 공장투자는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스테인리스강이 모든 공정의 기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자본이 소재산업을 독점하게 되는 경우를 두고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부산시가 MOU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국내 철강산업과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행정치적 쌓기를 저울질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포스코 역시 7월 23일 열린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시장은 100만톤 수요에 189만톤을 공급해 약 90만톤이 공급과잉인 상태"라며 "청산강철이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신설한다면 국내 업체 생존 위기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5월 30일 성명서를 내고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철강협회는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500명)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 고용인원 약 5000명) 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 타격이 커 모든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스테인리스강 업계에 해외 경쟁 업체가 지배자적 위치를 차지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안정적 발전에 위협요소로 대두될 가능성 상존한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어 "이같은 사유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계는 부산시에 청산강철 부산 공장 투자 건 검토 백지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추가로 60만톤 신규공장이 지어진다면 공급 과잉에 불을 지피는 격이라 지적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생산능력은 189만톤이다. 국내 수요 103만톤에다 수입 37만톤까지 더해 이미 공급 과잉 상태다. 수요 대비 공급이 넘쳐나면서 공장 가동률은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시 판단에 스테인리스 업계 생존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내 업계를 위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