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시공능력평가액 1조5000억원 이상 주요 건설 16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포스코건설이 하반기 반등 계기를 맞았다.
꾸준한 재무안정성 도모로 회사채 발행에 흥행을 거둔 것은 물론, 아직은 블루오션인 주택 리모델링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며 영업 부문에서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41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3년물 단일로 최대 13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포스코건설은 이번에 조달된 자금으로 11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개별 민평(1.89%)대비 -8bp(1bp=0.01%p) 수준으로 발행금리가 결정되면서 조달비용도 크게 낮아졌다.
신용 위험을 줄인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 들어 차례로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전망이 긍정적인 기업은 대개 2년 내 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10일 등급전망을 조정한 한국기업평가는 "미수채권 회수와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분양성과 등에 힘입어 송도 사업 관련 우발채무가 완화될 예정이며 계열매출 확대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송도개발사업 미수채권 회수(7496억원)와 중국 베이징 포스코센터 지분 49% 매각(3370억원)을 통해 1조원 이상을 손에 쥐었다. 확보한 유동성을 부채 감축에 활용하면서 2017년 말 9733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총 차입금-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732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상반기 28.3%로 1년 만에 19.4%p 낮췄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 중 가장 높은 개선세다.
포스코건설은 앞으로도 송도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해운대 엘시티(2563억원)', 브라질 CSP제철소(3120억원) 건설 관련 미수채권을 추가로 회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최근 브라질 CSP제철소 공사대금 회수와 관련, 발주처인 CSP(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와 계약조건을 변경했다 기존 계약안대로라면 CSP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에 걸쳐 포스코건설에 유보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계약이 변경되면서 CSP는 공사대금을 내년까지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포스코건설이 받아야 할 대금은 모두 2억9300만달러다. 한화로 환산하면 3500억원에 이른다.
계약조건이 변경된 것은 제철소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제철소는 2016년 준공됐지만, 생산량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포스코건설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올해 초 글로벌 업체를 중심으로 발주 물량이 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 올해 초 5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사정도 나아졌다. 공사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엘시티와 관련해서는 매출채권 가운데 1000억원을 우선 유동화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금융투자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건설이 보유한 매출채권이 계속 늘어난 것은 공사비나 분양대금으로 받아야 할 돈을 제 때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분양 등이 늦어지면 확정매출채권이라도 그만큼 회수하는 것이 지연되다보니 미리 채권 유동화를 통해 숨통을 트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
이밖에 하반기 비핵심자산 매각대금, 소송을 통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송도 프로젝트 등에서 현금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말 호텔라온제나 매각 작업을 매듭지었다. 매매가격은 600억원 수준이다.
'송도 더샵 그린워크 1~3차' 공사에서 받지 못한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 1500억원도 일시에 유입된다. 최근 송도국제도시개발(NSIC)와 벌였던 공사대금 지급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공사대금 유입시기는 4분기다. 이렇게 하반기에만 포스코건설로 유입되는 현금은 모두 2600억원에 이른다.
포스코건설 측은 "상반기 약화된 현금흐름이 여러 호재들 덕분에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무안정성 제고와 더불어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 중인 리모델링 등 국내 주택 부문도 활기를 띠고 있다.
리모델링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모두 33개 단지 총 2만810가구에 달한다.
남산타운과 문정시영 등 서울형 리모델링 제도를 통해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 7개 단지를 제외하더라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이른 단지만 총 26곳, 1만4330가구 규모다. 이들이 리모델링을 거치면 수도권 핵심지역에 1909가구 규모의 일반분양 물량이 새로 공급된다.
리모델링협회 측은 "재건축 규제가 강해지면서 건축연한 30년을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리모델링해서 살겠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시공사 모집공고나 리모델링 사업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급성장 중인 리모델링 시장을 주도하는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다. 총 26개 사업장에서 절반인 13개 단지(공동시공 1곳 포함)의 리모델링 시공권을 포스코건설이 따냈다. 질적인 면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입지를 독차지하고 있다.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15년 만에 3개 건설사가 참여해 뜨거운 경쟁을 벌였던 서초구 '잠원훼미리(완공 후 331가구)'를 비롯해 △강남구 '개포 대청(902가구)' △강남구 '개포우성 9차(232가구)' △용산구 이촌동 현대(750가구)' △송파구 송파동 '성지(342가구)' △강동구 '둔촌현대 1차(572가구)' 등이다.
또 19일 광진구 '자양우성 1차'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사업설명회도 예정돼 있는 등 리모델링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시장을 주도하는 데는 경영진의 뚝심과 조직의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 '빅3'가 리모델링 시장에 본격 참여하지 않는 한 포스코건설의 리모델링 시공 비교우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아가 기존 주택 브랜드 '더샵'을 넘어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8월 말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후보군 3가지 상표들을 출원했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정비사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해 강남권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면 포스코건설이 도시정비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영찬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주택사업의 채산성을 바탕으로 건축 부문이 비건축 부문의 실적 부진을 보완하면서 당분간 현 수준의 영업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에는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저하됐으나, 하반기에 인식할 CSP 등에서의 대손충당금 환입분 등을 감안할 경우 연간 수익성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상반기 포스코건설의 영업이익률은 1.91%로, 지난해 상반기 4.72%보다 2.91%p 낮아졌다. 16개 대형건설사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하락률도 한신공영(-6.38%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상반기 16개사의 평균 이익률은 5.15%이며 평균 변동률은 -0.98%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