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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저축은행 광고 캡처
주말 저녁 TV를 보다가 우연히 OK저축은행의 자사 캐릭터 ‘읏맨’이 등장한 광고를 보게 됐다. ‘지름신 고질러’·‘몰방신’ 등 건전한 금융 생활을 저해하는 신들을 물리치는 읏맨의 활약은 보는 내내 즐거운 눈요깃거리였다.
하지만 이를 보고 넋 놓고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저축은행의 광고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고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경제관념이 확고하지 않은 청소년과 고령층이 TV광고의 친숙한 면만 바라보고 무비판적으로 접근한다면,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이를 테면 지난 2000년 초 ‘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TV를 켜면, 대부업 광고가 무분별하게 나오던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2030대 젊은 층이 TV광고만 보고 금융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돈을 빌렸다. 이후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심지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뒤늦게나마 2005년 대부업법이 개정돼 대부업자의 광고행위를 규제할 수 있었으나, 우리 사회가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저축은행 역시 무분별한 고금리의 대출 광고 노출 방지를 위해 광고자율심의규정을 운영 중이다. 또한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업계와 협의해 청소년 시청 시간인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에 TV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OK저축은행이 이미지 개선를 위해 평일-주말 저녁 프라임 시간을 공략하는 등 광고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점에 그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017년 300억원, 2018년 268억원으로, 저축은행 중 가장 많은 광고비를 사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도 전년 동기 대비 33.9% 상승한 158억원을 광고비로 지출했다. 지출된 광고비는 TV, 극장, 유튜버 등을 통해 읏맨을 노출하는 데 대부분 쓰이고 있다.
비록 그 광고가 공익적 목적으로 한 광고로써 규제대상이 아닐지라도, 아직은 온가족이 시청하는 시간에 저축은행 광고를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앞선다. 과거 대부업체 역시 ‘무대리’와 같은 친근한 캐릭터 이미지로, 우리의 경계를 허물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