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수주 상황 좋아지면 재가동한다는 입장 유지사실상 연내 재가동 어려워… 수주량 70척 채우기 힘들어일각에선 군산조선소 매각 주장까지 나와 셈법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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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처리 방안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만 태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상황이 좋아지면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연내 재가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매각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군산조선소의 연내 재가동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가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합병 작업도 내년 초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재가동 계획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일감 부족을 이유로 지난 2017년 7월 1일부터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이 폐쇄가 아닌 일시 조업중단이라며 업황이 회복되면 가동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년이 지나도록 가동 재개는 기약이 없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고용 인원만 5000여명으로 군산지역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있는 상태다. 군산조선소를 포함한 지역 내 조선업종 관련 업체 수는 150곳이 넘었지만, 조선소 가동 중단 이후 현재 20여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정부에 대한 원망만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지원하겠다면서 재가동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렇지만 최근 구체적인 재가동 계획이나 대책 마련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의 입장은 더 난처하다. 현대중공업 측은 그동안 수주상황이 좋아지면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수주상황의 기준이 됐던 건 연간 70척 이상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렇지만 조선업 시황이 따라주지 않아 속이 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현재까지 77억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 올해 목표(159억달러)의 48%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앞세워 막판 수주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 및 무역환경 악화로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산조선소 외에도 현대중공업이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EU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기업결합의 핵심국가이자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EU도 사전심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11월 중 심사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단협 문제도 아직이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홀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지난 9월 삼성중공업이 가장 먼저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한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연내 타결에 성공했지만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이슈까지 겹치면서 협상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군산조선소의 매각 방안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군산시는 군산조선소의 재가동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 매각이나 업종 전환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이 이 부지를 활용해 대체산업 발굴 및 활용에 나서야 된다는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군산조선소 매각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는 현재 가동 중단 상태에 있고, 관리를 위해 필수인원만 근무하고 있다"면서 "당장 재가동에 들어가긴 어렵지만, 수주가 충분해지면 재가동할 수 있도록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