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 불인정현산 2.5조, 제주항공 2조 안팎 베팅신주 우선… 금호 재건 종잣돈 마련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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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놓고 난처하게 됐다. SK 등 대기업 불참으로 흥행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3파전 양상이 되면서 실속은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본입찰 참여자들이 구주 가격을 예상보다 낮게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나마 실속도 못챙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이 베팅액 자체도 중요하지만, 구주 평가액에 따라 희비가 갈리면서 자칫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와 아시아나항공이 새롭게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현재로써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2조5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반면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2조원 안팎을 베팅한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구주와 신주에 대한 평가액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5310원이며, 31%의 평가액은 3642억원이다.

    근데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구주가격을 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구주 자체가 저평가된 셈이다.

    대신 신주에 대해서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후하게 베팅했다는 얘기다. 신주 가격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 투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인수자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어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신주 가격에 더 신경을 썼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금호산업, 즉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실망감이 역력한 모양새다. 구주금액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는데 종잣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칫 유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속 없이 헐값에 아시아나항공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고 유찰시킬 경우에는 산은의 입김이 더욱 커져 추가 입찰 시 산은에 휘두릴 수 있어 난감하게 된다. 산은 등 채권단이 전환사채 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수혈하면서 연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채권단 지분율이 23%까지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산업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제주항공-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향후 최종입찰안내서 제한요건 충족 여부 및 사전 수립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 따른 평가, 국토교통부의 인수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는 약 1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해 매각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