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이 E&S-미쓰비시 중공업, 해상자위대 전투함 공동 수주국내외 사업협력 가속화 및 경쟁력 강화… 수주 가뭄 돌파구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내년 초 인수 목표… 중국도 합병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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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에 생존을 건 몸집 키우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자국 조선소 간 합병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 일본도 뒤늦게 자국 조선소와 협력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조선사인 미쓰이 E&S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 해상자위대 전투함 건조를 공동으로 수주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주 가뭄에 시달리자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협업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일본 방위성 선박은 미쓰이와 미쓰비시 중공업, 재팬마린유나이티드 등에서 건조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선박 수주업체는 2개로 줄어든다. 미쓰이 E&S 측은 향후 국내외 사업협력을 가속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쓰이 E&S는 지난 2017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조선 부문이 독립해 출범했다. 이후 쯔네이시 조선, 중국 양쯔강 조선 등과 협력에 나섰으나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조선부문은 81억엔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미쓰이 E&S는 인력 감축과 더불어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자회사인 미쓰이 E&S 엔지니어링을 JFE엔지니어링에 매각한 데 이어 태양광 발전사업도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에서 1000명 규모의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일본 조선사들이 뒤늦게 협력에 나선 것을 두고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의 대형 합병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의 공세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 조선사들이 초대형 조선소 탄생을 앞두고 위기 극복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의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 완료를 목표로 경쟁국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가장 까다로운 심사국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의 공정위원회에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모든 심사는 각 경쟁당국의 기준에 맞춰 잘 진행되고 있다"며 "남은 국가들도 문제없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초대형 조선소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세계 조선소별 건조량 기준 현대중공업이 757만톤, 대우조선해양이 461만톤으로 합치면 건조량 1218만톤(세계 점유율 21%) 규모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강점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경우, 글로벌 점유율이 63%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양대 국유 조선사를 합병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중국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중국 1위 조선소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SC)과 중국 2위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IC)이 합병하는 구조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CSSC가 지난해 기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1.5%, CSIC가 7.5%인 점을 감안하면, 합병으로 중국은 전체 점유율 19%의 초대형 조선소를 확보하게 된다. 두 회사 모두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다양한 선종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양대 국유 조선사를 합병하는 것은 내부적인 사업 재편뿐만 아니라 세계 조선업의 대형화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조선사들의 '몸집 키우기'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가 합병을 통해 원가경쟁력이 상승하면서 한국이나 일본에도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글로벌 조선업 대형화 추세에 한국에 이어 중국까지 초대형 조선소 탄생을 알리면서 일본도 위기의식에 자국 간 조선소끼리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