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발판-중장기 성장 밑바탕 마련최 회장 신뢰에 새 인사 키워드 '사회적 가치'도 부합극단으로 치닫는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변수
  •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3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손에 쥔 성적표는 신통치 않지만, 중장기 먹거리를 선점해둔데다 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 방향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화학과의 소송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로, 다음 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SK그룹의 연말 임원인사에서 거취가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대표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실적 개선 발판은 물론,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등 영업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3분기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저조하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사업 추진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뒀다는 평이다.

    특히 석유사업과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배터리, 소재 등으로 다변화된 사업군이 내년 이후 폭발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중장기 실적 전망도 밝히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매출액 50조8244억원, 영업이익 1조5515억원의 영업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54조5108억원)에 비해 6.76%, 영업이익(2조1175억원)은 26.7%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변동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줄어든 것이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조15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990억원의 48.2%에 불과하다.

    나아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지속 성장해 2020년에는 영업이익 2조원대 회복은 물론, 지난해 영업이익률 3.88%를 넘어선 4%대 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함량 규제 'IMO2020' 효과와 배터리 부문 설비 증설로 실적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IMO2020 시행을 앞두고 등·경유 마진 상승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싱가포르의 벙커링 제품 가운데 저유황중유(LSFO)와 선박용 경유(MGO)의 현재 수요는 7월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LSFO 가격이 상승할 경우 블렌딩용 경유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수요 증가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선사들의 수요가 증가할수록 LSFO와 고유황 연료유(HSFO)의 격차는 커질 전망이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를 시작으로 정제마진은 IMO2020 규제가 시행되는 내년 1분기에 선사들의 수요가 급증하며 고점을 찍은 후 하향 안정화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LSFO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가 2분기에 조기 상업 가동할 것으로 보이면서 마진 감소분을 상쇄할 전망이다. 연간 2500억원가량의 이익 기여가 전망되며 정제마진 감소분을 만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자료사진.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2공장. ⓒ연합뉴스
    ▲ 자료사진.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2공장. ⓒ연합뉴스

    예상보다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는 배터리 부문은 내년 중국과 헝가리 공장의 상업가동이 예정됐다. 기존 서산공장과 유사한 설비로, 단기간에 수율 안정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리막의 이익기여도 확대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중국 북경기차와 JV 외에도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를 통한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SK종합화학의 경우 기초유화 부문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화학소재 부문에서 고부가 사업으로 각광받는 포장재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7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사업을 인수했고, 14일에는 프랑스 아르케마의 폴리머사업을 인수하는 결정도 내렸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정유 및 석유화학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배터리사업과 포장재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불황을 극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이다.

    김 사장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협의회는 16개 계열사가 참여, 7개 위원회로 구성된 SK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협의체다.

    앞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2017년 각 계열사 정관을 고쳐 기업 목적에 '이윤 창출'을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넣고, 관련 측정모델을 지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계열사 연말인사에 관련 평경영성과에 사회적 가치 창출 지표를 더욱 구체적으로 도입해 인사평가에 적극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계열사 대표이사와 협의회 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3인 중 한 명이다. 앞서 2017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발탁되면서 협의회 위원장도 맡게 됐다. 현재 협의회 내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곳은 SK그룹의 대관 및 홍보 업무를 담당한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산하에는 PR팀(홍보)과 CR팀(대관)이 있다.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우고 특정 이슈에 대한 언론·미디어 홍보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그룹을 둘러싼 전반적인 대외홍보는 물론, 각종 규제 및 정책 등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셈이다.

    여기에 소속된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 △SK케미칼 △SKC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건설 △SK가스 등이 있다.

    SK그룹을 사실상 재계 상위권 반열에 올린 정유 및 석유화학사업을 총괄할뿐더러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만큼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셈이다. 게다가 최 회장이 총애하는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인 만큼 쉽게 내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 SK. ⓒ뉴데일리
    ▲ SK. ⓒ뉴데일리

    변수는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다.

    4월부터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양사간 분쟁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초 LG화학이 미국에서 배터리 기술 탈취를 들어 SK이노베이션 미국 법인의 영업을 막기 위해 낸 소송에서 시작된 것인데, 갈수록 전장이 넓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당국도 개입에 선을 그으면서 합의 가능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LG화학과 다퉜던 배터리 분리막 소송과 관련, LG화학이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던 합의를 깨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고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소송전이 각종 폭로전, 여론전으로 격화되면서 국내로 번진만큼 다른 주요 시장인 유럽까지도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9월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 사장이 'CEO 회동'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 부각됐다. 최근에는 양사가 앞서 작성한 합의서 원문까지 공개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에서 진다면 그 여파는 현재 1, 2공장을 함께 짓고 있는 유럽이나 아직 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중국에서의 사업까지 미칠 수 있다.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임기 동안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신·증설이나 연구개발 등 사업 육성을 위해 투자를 결정한 금액이 5조원에 달한다.

    이런 막대한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느냐가 연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게다가 재계 3위 SK그룹과 4위 LG그룹 간의 자존심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그룹 내에서도 "LG와의 소송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SK 나이트(SK Night) 등 그룹의 주요 행사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 등 그룹 차원의 이슈 대신 LG화학과의 소송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자존심뿐만 아니라 폭발적인 성장이 예견되는 사업 분야에서 회사의 신의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명운이 달린 소송인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소송이 한창이고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 없다'는 여론을 고려할 때 무리한 교체 대신 연임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