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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27개동(洞)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오히려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상한제 이후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이 예견되자 서둘러 아파트 매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된 27개동에서 총 53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이중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된 지난 6일 이후 거래된 건수는 28건으로 절반 가량이다.
서초구 서초동과 강동구 둔촌동에서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동구 길동(6건) △강남구 개포동(4건) △서초구 방배동(4건) △반포동(2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강남구 잠원동 △송파구 문정·방이·오금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동 등에서는 이달 들어 아직 거래가 없었다.
특히 이달 거래된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전용 73㎡는 지난 3일 18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 9월 18억4500만원에서 두 달새 450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지난해 11월 16억원에 거래됐으니 1년새 3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개포동 '성원대치2차' 전용 49㎡도 12억8700만원에 손바뀜돼 지난 6월에 비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청담동 '청담2차 e편한세상' 전용 102㎡도 15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 124㎡는 상한제 발표 이후인 지난 14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18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니 1년새 1억2000만원 가량 비싸졌다.
재건축 기대감이 큰 압구정동 '현대6차' 전용 144㎡는 지난 3일 36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3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엔 29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니 7억원이나 오른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도 분양가상한제 지정된 지난 6일 16억8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져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평형이 지난해 12월 12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4억원 이상 올랐다.
강동구 길동 '강동LG자이' 전용 84㎡, 둔촌동 '프라자' 전용 83㎡도 신고가인 8억4500만원, 7억2500만원에 각각 실거래됐다. '프라자'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지정 이후인 12일과 13일에 2건의 계약이 같은 가격에 성사됐다.
이처럼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상한제라는 고강도 규제정책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반대로 가고 있다.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2째 주(11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9%로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하며 20주 연속 올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27개동이 있는 서울 8개 자치구 아파트 매매값은 모두 상승했다.
강남구(0.13%), 서초구(0.14%), 송파구(0.14%), 강동구(0.11%) 강남4구를 비롯해 마포구(0.10%), 영등포구(0.10%)는 서울 평균 상승폭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가격규제로 일관하는 과도한 수요억제 정책이 주택시장 내성을 키워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과도한 가격 통제 정책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상한제 영향으로 당장 재건축 아파트값은 조정될 지 모르지만, 준공 이후에는 결국 기존 아파트 시세를 따라잡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무엇보다 공급 감소 우려 확산으로 신규 아파트 구매 수요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