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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의 인력적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들어오는 직원은 물론 나가는 직원도 없어 '허리 라인'만 넘쳐나고 있다.
이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라는 비효율적 조직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인 시중은행과 대조적이다.
9월 기준 씨티은행의 책임자급은 1797명으로 전체의 67.3%에 달했다. 행원급(874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책임자급은 부지점장·부부장(3급)과 과장·차장·수석(4급)을 포함하고, 행원급은 행원·대리(5급)를 말한다. 씨티은행은 호봉제 따라 직급을 나누고 있다.
통상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면서 자리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행원보다 책임자가 더 많은 항아리형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조직의 인적구조가 선순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타 은행과 비교해 '젊은 은행'으로 불리던 과거 한미은행 시절과는 달리 현재 전체 조합원의 평균 나이는 45~47세 수준으로 국내 은행 중 가장 고연령이다.
인력의 허리 라인인 책임자급이 유독 많은 것은 신입 채용과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씨티은행은 2011년을 마지막으로 신입을 뽑지 않고 수시채용만 진행하고 있다. 이렇기에 조직 내 막내가 9년차라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014년 전체 직원의 15% 수준인 650명을 내보낸 이후 희망퇴직도 중단했다. 2016년부터는 만 57세부터 3년간 임금을 깎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임금피크 대상자가 매년 나오기 때문에 일회성 비용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희망퇴직을 굳이 단행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책임자급이 넘쳐나다 보니 조직 내 승진 적체도 큰 문제다. 특이하게 수석 직급이 있는 것도 승진을 최대한 늦추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입을 뽑지 않는데 승진 기회가 많다면 항아리형 구조가 더 심각해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2017년 대규모 점포 통폐합 이후 영업점이 38개로 대폭 감소해 순환근무가 어려워진 점도 승진 기회를 줄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씨티은행의 상황은 심각하다.
시중은행은 항아리형 구조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매년 일정 규모의 신입 채용과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피라미드형 구조로 전환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작년보다 올해 행원급 비중이 높아졌다. 9월 기준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은행의 행원급은 3만2519명으로 책임자급(2만4483명)보다 8036명 더 많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책임자급이 전체의 55%에 달하며 기형적인 인력 형태를 보여왔다.
같은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도 행원급(1633명)이 책임자급(1211명)보다 많았다. 인력적체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젊은층을 유입하면서 행원급 비중이 60%를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영업점을 확 줄이는 등 디지털금융에 선도적으로 나섰으나 이에 따르는 인력구조의 변화는 갸우뚱하게 만든다"라며 "비효율적인 인력적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항아리형보다 더 나쁜 역삼각형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